정부는 현행 300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하는 최저가낙찰제를 내년부터 100억원 이상 공사까지 확대시행 할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운찰제’요소가 강한 적격심사제를 축소하고 기술력 있는 업체를 가격으로 선별하여 건설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라고 하나, 실상은 정부 예산 절감이 주요 배경이라 할 것이다.
최저가낙찰제는 발주기관이 산정한 단가를 근거로 한 예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공사를 할 수 있어 일단은 예산절감에 일조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실상은 눈 앞에 보이는 비용만 적게 들어갈 뿐, 유지관리비나 하자보수비용 등 목적물의 총체적인 비용면에서 결코 효율적이라 할 수 없다.
우리 속담에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두부가 될 성분을 빼내고 남은 찌꺼기인 비지에 밀가루를 섞어 만든 것을 비지떡이라 하는데 값이 싸서 사 먹기는 하나, 맛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의미로 쓰인다.
음식과 건설업은 다 같이 수주산업 즉, 주문에 의한 생산이며 조립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음식을 만드는데 100원이 들어간 경우와 60원의 든 경우 각각의 음식 맛은 과연 어떠할까?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중심에는 늘 중소기업이 함께하는데, 건설시장에서 추정가격 300억원 미만 공사는 사실상 이들 중소기업의 영역이다.
작년에 일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사업영역에 뛰어들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에는 볼펜과 메모지 같은 문구용품 도매업에 그리고 인쇄업에도 대기업 계열사가 진출하면서 중소상인들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은 “대기업도 잘돼야 하지만 중소기업이 강해야 허리가 튼튼해진다. 수출 위주인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중심에 서야 경제가 성장하고 중소기업인들이 열심히 하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어려움이 많아도 힘을 모아 조금씩 전진하자“며 중소기업인을 격려한 바 있다.
최저가낙찰제는 입찰가격이 낙찰자 결정을 좌우하므로 사실상 입찰가격 싸움이다. 그런데 저가 입찰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면 살아날 중소기업은 거의 없다. 덤핑방지를 위한 장치인 절감 사유서도 일부 공사의 공종에서는 거의 유명무실하다. 또한, 사유서를 제출할 수 있는 공종의 경우에도 사유서를 입증할 만한 명확한 자료가 부족하고 검증이 곤란하여 객관성 확보가 어렵다. 결국 발주기관의 주관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이로 인하여 민원의 소지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절감사유서 작성에도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불리한 여건에 놓여있다.
따라서, 건설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공공공사에 300억원 미만까지 최저가낙찰제를 확대시행하면 중소기업은 더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으로서는 절박한 실정이다.
정부는 물가안정과 일자리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완화 등 동반성장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서로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생존전략이다
최저가낙찰제 확대 시행으로 인하여 시름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중소기업의 애로 요인을 말로만 해소하자고 할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애처로운 몸부림을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