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절상률이 엔화를 앞질렀다.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와중에서도 원화가치는 주요국 통화 중 유로화 다음으로 높아졌다.
현재(16일 기준)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해말과 비교해 6.1% 절상됐다. 같은 기간 엔화가 6.0%, 영국 파운드화가 5.2%, 중국 위안화가 3.2% 절상된 것과 비하면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한 셈이다. 주요국 중 원화보다 더 많이 절상된 통화는 유로화(7.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가 엔화보다도 더 높아지는 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원화가치가 본격적으로 치솟는 건 내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이코노미스트는 “유럽과 미국의 불안이 가시지 않으면 원화 환율은 지금보다 상승해 연말에 1100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내년 이후를 보면 미국이 기댈 수 있는 곳은 국제수지 흑자를 많이 내는 아시아 밖에 없다”며 “80년대 플라자 합의 때와 같은 급격한 통화 절상은 아니라 하더라도 아시아 국가의 통화절상을 유도할 수밖에 없어 내년 이후 원화 환율은 900원을 향한 흐름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화 대체자산으로 인식된 엔화는 앞으로도 강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미국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전후(戰後) 최고를 기록하는 날도 시간문제이며, 엔/달러 환율은 최저 60엔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유로존 국가채무 문제가 확산일로에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유로화가 달러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는 데는 미 연준(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상반된 통화정책 때문이라는 게 외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ECB는 지난 4일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와 유로존 국가채무 문제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현행 1.50%인 기준금리를 동결키로 결정했지만, 지난 4월과 7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올렸다. ECB는 아직까지 추가 금리 인상 기조를 바꾸지 않고 있다. 반면 미 연준은 현재 0~0.25%인 기준금리를 최소 2년간 유지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향후 유로화의 방향에 대해서는 시장에서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상반된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이후 극도로 불안해진 국제 금융시장 상황 하에서 유로화의 방향은 강세와 약세가 혼조돼 버린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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