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동안 리비아를 철권통치해 온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1일(현지시간) 리비아 반정부군은 ‘인어의 새벽’이란 작전명으로 총공세를 펼쳐, 수도 트리폴리에 입성했다.
외신에 따르면 반군은 시민의 환영을 받으며 카다피 관저를 제외한 트리폴리 대부분 지역을 장악했다.
이어 반군은 카다피 정권의 승계자로 꼽히던 차남과 3남 등 아들들도 생포했다고 밝혔다. 반군은 ‘카미스여단’으로 불리던 최정예부대 32여단 기지도 접수해 카다피는 사실상 군통제력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트리폴리에 정부군이 아직 한줌 남아 있지만 우리의 승리는 몇 시간 안에 끝날 것”이라는 반군 지도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또 수천명의 시민이 시내 중심가로 몰려와 반군을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카이뉴스는 트리폴리 시민들이 반군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춤을 추는 장면을 내보냈다.
지난 6개월 동안 리비아 사태를 지켜봤던 국제사회에서도 카다피 정권의 붕괴가 머지않았다는 성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22일 성명을 통해 “카다피 정권은 무너지고 있다”며 “카다피가 자국민을 상대로 한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빨리 깨달을수록 더 좋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도 이날 성명을 통해 “트리폴리의 상황은 카다피의 종말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트리폴리가 사실상 함락되자 리비아를 떠나 해외로 망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망명지로는 튀니지가 꼽히고 있지만, 친분이 두터운 벤 알리 전 대통령은 재스민 혁명에 의해 이미 권좌에서 물러난 상태여서 망명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카다피가 결사항전 의지를 강조해온 만큼 최후의 일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정권붕괴의 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카다피의 몰락이 임박하자 국제사회에서는 ‘포스트 카다피’ 체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카다피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 국가위원회(TNC)가 ‘포스트 카다피’ 체제 수립을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NTC도 카다피 체제 이후의 통치 시스템과 권력이양작업 등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