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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해체 노리는 극우 인종주의
지난 13일(현지시간) 오후 2시 노르웨이 우토야섬. 지난달 22일 연쇄 테러로 77명의 목숨을 앗아간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가 연락선을 타고 섬에 도착했다. 경찰은 사고와 도주를 막기 위해 브레이비크에게 방탄조끼를 입히고 허리에 밧줄을 매단 채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검증에는 무장한 경찰과 검찰 관계자 등 20여명이 동행했다. 8시간여 동안 진행된 검증에서 브레이비크는 섬뜩할 정도로 태연했다. 표정의 변화 없이 당시 상황을 차분하게 재연했다.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몇몇 재연 장면에서는 섬뜩한 미소도 지었다.

노르웨이 언론은 그는 여전히 자신의 범행이 “유럽과 노르웨이를 무슬림들로부터 구하고, 다문화주의를 수용한 정치인들을 벌주기 위해선 필요했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고 전했다.

브레이비크가 반(反)외국인, 반(反)다문화주의 성향의 극우주의자로 알려지면서, 최근 기승을 부리는 유럽 극우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얼마 전 한국 여성이 독일에서 ’째진 눈’이라고 놀림당한 뒤 뺨을 맞고 목을 졸리는 등 인종차별적 이유로 폭행당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극우 인종주의가 유럽 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극우주의 기승 왜=전문가들과 외신은 극우주의에 반(反)무슬림, 반(反)이민 등 편견과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합쳐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NYT)는 “노르웨이 테러는 무슬림과 이민자, 세계화, 유럽연합(EU)의 영향력 확대, 다문화주의 확산 등에 대한 반발이 정치 세력화하면서 일부 폭력행위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극우주의가 노르웨이 뿐 아니라 유럽 전체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문화를 추구하던 유럽에 이 같은 갈등을 불러온 주된 이유는 최근 유럽 전역을 덮친 경기침체. 유럽연합(EU)의 확대로 이민은 자유로워졌지만 경기침체로 일자리는 줄었다. 각 나라가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복지 지출마저 줄었고 숙련된 이주 노동자가 늘면서 노동시장은 잠식당했다. 이에 따라 유럽 사회 곳곳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여기에 극우주의가 편승했다는 설명이다.

NYT는 이 같은 기류의 배경에는 잃어버린 국가 정체성을 되찾자며 민족 감정을 자극하고 있는 극우 정당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극우 정당들은 직접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무슬림을 비롯한 이민자 등 소수자들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는 담론을 통해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개인들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틈타 유럽 전역 확산=극우주의를 기반으로 한 포퓰리즘 정당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은 프랑스, 오스트리아, 영국, 독일, 러시아 등 유럽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집시들이 밀집 거주하는 캠프 시설물을 불법 건축물로 간주, 이를 철거하는 동시에 불법 체류하는 집시들을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등 본국으로 대거 추방했다. 프랑스의 집시 추방은 유럽 내 반이민 정서를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북유럽에서도 극우파들은 갈수록 세를 넓히고 있다.

지난 4월 실시된 핀란드 총선에서 반이민, 반외국인, 반유럽통합 정당인 ‘진짜 핀란드인’은 2007년 총선(4.1%) 때보다 득표율을 무려 5배 높이며 전체 3위에 올랐다. 또 지난해 9월 실시된 스웨덴 총선에서는 극우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의회 진출 저지선인 4%를 넘는 5.7%의 득표율로 사상 처음 원내에 진입했다.

이들 정당은 대체로 민족주의와 이민자, 무슬림, 유대인에 대한 반대, 유럽 통합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외신들은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한 사회 불안감과 중도 주류 정당들에 대한 실망감을 이용해 민족주의를 호소하고 이민자와 같은 소수계층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지지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련의 테러를 계기로 유럽 사회에서는 극단적인 이념을 내세워 사회 구성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자란 이들을 단속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권도경 기자/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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