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더 난감해졌다.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를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선의’로 2억원을 줬다는 해명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른바 ‘단일화 뒷거래’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당시 박 후보의 사퇴가 곽 후보 측의 매수 등 회유에 의한 것이란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이다. 교육 백년대계를 책임질 교육감 선거에서 검은 거래의 악취가 진동한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를 2주일가량 앞둔 시점에서 당시 박 후보는 사퇴 발표를 했고 곽 후보는 자연스레 진보 좌파 진영의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물론 박 후보는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라고 했고, 진보 진영은 이를 선거전에서 대대적으로 활용해 승리했다. 하지만 검찰에 의하면 이는 두 후보 진영의 비밀 막후협상 결과였을 뿐이다. 1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세상에 알려진 사건의 실체는 곽 후보 측이 박 교수의 사퇴 대가로 7억원 보상과 교육발전자문위원회 위원장 선임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곽 후보가 교육감에 당선된 뒤 보인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행태다. 곽 교육감이 약속한 돈을 주지 않자 박 교수 측은 거세게 항의했고, 이 내용을 고스란히 녹취해 전달하자 부랴부랴 돈을 전하기 시작했다는 게 수사내용이다. 게다가 돈을 건네는 과정에서 제3자 계좌를 활용하는 등 치밀한 수법도 동원했다. 그런데도 곽 교육감은 대가성을 부인하고 오히려 정치적 표적수사의 희생양처럼 행세하고 있다. 민주당과 관련 시민단체들까지 입장을 바꿔 사퇴를 요구하는 처지에 나 홀로 궤변을 늘어놓는 것 같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곽 교육감은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퇴하는 게 순서다. 그게 기소 이후 타의적으로 사퇴할 경우 보상받은 선거비용을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개인적 살길이기도 하다. 물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여태 드러난 위법적 사실만으로도 곽 교육감의 도덕적 흠집은 작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정상적인 업무처리가 가능하겠는가. 교육감은 그 누구보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는 자리라는 것을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특히 법의 판단을 기다린다고 시간을 끌며 정치적 해결을 도모하려는 얄팍한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할 것이다. 이미 지원세력까지 물러난 상황이다. 깨끗한 사퇴만이 교육자 양심을 지키는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