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성형’이다. 실제로 20~30대 여성의 과반수가 1회 이상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으니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성형공화국’이다. 그중에서도 최대 이슈는 ‘양악수술’이다. 위 아래 턱뼈를 깎거나 잘라, 얼굴을 작고 갸름하게 만드는 이 수술은 결과가 매우 드라마틱하다. 요즘 양악수술은 기능성과 심미성을 함께 추구하는 데다, 우리 의사들의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이어서 효과가 더해지고 있다. 당연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양악수술 상담을 위해 전문의료기관(구강턱얼굴외과, 성형외과)에 가면 ‘견적표’도 받아볼 수 있고, 특정 인물과 유사한 모습으로 ‘주문수술’까지 가능하다.
이러다 보니 ‘요즘 TV에 등장하는 스타들은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 된다’ ‘모두 똑같다’는 지적 또한 줄을 잇는다. 무분별한 성형수술 때문에 저마다의 개성은 사라지고, 바비인형 같은 ‘붕어빵 미인’만 늘고 있다. 턱을 뾰족하게 V라인으로 만들려다 강아지처럼 ‘무턱 얼굴’이 된 예도 흔하다. 각 개인의 생김새와 특징, 전체적 조화는 뒷전인 채 턱만 V라인으로 뾰족하게 만들 경우 훗날 낭패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일단 깎아낸 턱뼈는 다시 붙일 수도 없으니 사전에 심사숙고해야 한다.
물론 안면기형이라든가 심하게 열등한 외모로 인해 기능장애나 심리적 위축을 느끼는 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성형수술은 환자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처치다. 의사로서도 큰 보람을 느낀다. 반면에 도를 넘어서는 성형 권유와 성형 중독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의료학회나 모임에 가면 빗나간 의료인에 대한 지적 또한 끊이지 않는다. 모 치과 원장은 턱수술을 해야 큰돈이 된다 싶으니까 원래 자신의 전공과목이 아님에도 버젓이 ‘양악수술의 종결자’를 자처하며 광고비로 매달 큰돈을 쏟아부으며 밤낮없이 턱수술을 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에게 무료로 양악수술을 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어 홍보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거야말로 성형공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육신의 미모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쇼핑하듯 ‘돈’(성형)으로 살 수 있지만, 기품 있는 멋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되는데도 여전히 전 세계에서 회자되는 재클린은 절세미인은 아니었지만 ‘가장 만나고 싶은 미인’으로 각인돼 있다. 기자로 일하다가 케네디를 만난 재클린은 남편을 잃은 뒤엔 잡지 에디터로, 출판기업 CEO로 자기 길을 개척했다. V라인은 아니지만 재클린의 모습은 더없이 기품 있고 멋지다.
방금 전 컨베이어 벨트에서 튀어나온 듯한 ‘몰개성의 미인’이 아니라,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내 이를 갈고 닦을 줄 아는 사람, 오늘 나는 그런 미인을 만나고 싶다.
이승건/구강외과 전문의, 청담필치과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