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작년 선거 때 진보진영 경쟁 상대인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의 후보 사퇴 대가로 2억원을 준 의혹이 드러나면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교육자치 명분으로 2007년 민선 교육감 제도가 도입됐지만 각종 비리로 얼룩졌던 이전 간선제보다 오히려 후보 매수 등 더 큰 폐해가 속출한 탓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태생적으로 금권선거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정당공천 배제로 수백만 유권자에게 표심을 호소하는 후보자 개인이 막대한 선거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작년 서울시와 경기도 교육감의 법정선거비용만 38억5700만원, 40억7300만원에 달해 당선자와 낙선자 모두 빚더미에 앉았다. 유권자들은 무관심해 투표율이 바닥을 기었고 투표용지의 후보자 이름 순서에 따라 당락이 갈라지는 희극도 빚었다.
지방행정과 교육의 이원화도 문제다. 선거과정에 정치권과 각종 이념단체 개입이 공공연하다 보니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의 이념성향이 다를 경우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봐야 한다. 서울시 사례처럼 이를 중재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역시 강 건너 불 구경 꼴이다.
대다수 선진국들이 직선제를 기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은 단체장이 교육담당 국장을, 프랑스는 대통령이 전국 30개 교육청장을, 독일은 주지사가 주정부 교육문화부장관을 각각 임명한다. ‘교육 선진국’이라는 핀란드 역시 432개 기초단체의 교육국장을 모두 단체장이 지정한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한국처럼 주민이 직접 교육감을 뽑는 곳은 캘리포니아 등 6개 주뿐이다.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광역자치단체장의 교육감 임명제다. 시도 의회 동의 절차를 거친다면 단체장 전횡을 막으면서 충분한 인사 검증 및 선의의 정책대결을 기대할 수 있다. 예산낭비와 후보자 매수, 돈 선거, 이념 선거, 후보 난립 등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연계하는 한나라당의 러닝메이트제, 30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언급한 사실상 정당 공천인 공동등록제 등도 검토할 만하다. 이제는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미 국민 대다수와 16개 광역자치단체장도 찬성하는 직선제 폐지에 더 이상 머뭇댈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