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성희롱발언’ 강용석의원 제명안 부결…공직후보자·대기업 회장에 호통치던 모습은 온데간데
대한민국 국회의 윤리의식은 역시 천박했다. 여대생 성희롱 발언의 강용석 의원(무소속) 제명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지난달 31일 오후. 박희태 국회의장이 ‘비공개 회의’를 선포하자 본회의장은 ‘밀실’이 됐다. 국회TV 방송과 인터넷 중계를 차단하고 본회의장 2층에 자리잡고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수준이 어떤지 지켜보려던 방청객도 모조리 쫓아냈다. 그리고 선량(選良)들은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혹시나…. 역시나였다. 찬성 111표, 반대 134표. 공직 후보자에게 무차별적으로 들이대던 도덕성 잣대, 대기업 회장을 불러 국민을 들먹이며 죄인 다루듯 호통치던 국회는 온데간데 없었다. 지난해 7월 성희롱 발언 파문이 불거지자 이구동성으로 “같은 국회의원이라는 게 부끄럽다”던 그 국회의원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제 식구 감싸기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다. 6ㆍ2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7ㆍ28 재보궐선거마저 패할 위기에 처하자 한나라당은 쫓기듯 강 의원의 제명을 천명하고 두 달이 지나고 나서야 출당시켰다.
징계 바통을 넘겨받은 국회는 차일피일 제명안 처리를 미루다 여론이 따가워지면서 마지못해 윤리특위 징계심사소위원회를 열었다. 두 차례의 소위는 정족수 미달로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결국 윤리특위는 법원이 지난 5월 강 의원에게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나서야 국회 본회의에 제명안 상정을 가결했다.
비공개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김형오 전 국회의장(한나라당)이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연산’ 발언의 여당 전 대표, 불륜설에 시달리고 있는 의원,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 그런 국회의원이 버젓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국회에서 사실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의원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18대 국회 들어 의원 징계안이 윤리특위를 통과한 경우는 강용석 제명안이 유일하다. 체포동의안은 지난해 15년 만에 처음 가결됐다. 여야 지도부도 이번 강용석 제명안에는 표단속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은 “인사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를 다루듯이 자신들을 채근했으면 이런 결과가 나왔겠느냐”고 의원들에게 묻고 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