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분명히 하면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대선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근혜 복지’의 당론 확정을 계기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적극 지원, 대선 행보를 시작한다는 박 전 대표의 계획은 안 원장의 등장으로 선거 구도 자체가 흔들리면서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간 모양세다.
5일 친박계 의원들은 안 원장의 급부상, 한나라당과의 긴장관계 형성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안 원장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전했지만, 분위기는 사뭇 심각하다. 안 원장이 몰고 온 서울시장 선거 구도의 변화가 예측불허이기 때문에 더 예의주시하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미다.
친박계 인사들은 박 전 대표가 평소 소신대로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 원장의 거취와 상관없이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할 것이라는 뜻이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안철수 바람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정책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지원할 수 있는 전제조건도 만들어지고 있다. 당이 박 전 대표의 복지론을 수용하며 박 전 대표의 본격적인 대선 행보 시작을 위한 융단을 깔아놓았다. 박 전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신뢰’나 ‘원칙’을 감안해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지원에 적극 나설 경우, 안 원장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치 세력과 충돌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 지지 세력이 기존 정치권에 비판적이며,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간주하며 비판적인 성향을 보이는 젊은 세대라는 점도 부담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안 원장 바람이 계속될 경우 박 전 대표가 현실 정치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승산이 없는 싸움에 뛰어들어 그동안 쌓아온 유력 대선주자 이미지에 흠집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안철수 신드롬이 10월 초까지 계속될 수 있는지 여부가 박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지원 여부 및 본격적인 대선 행보 시점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박근혜 바람이 안철수 신드롬을 누를 수 있을지가 서울시장 선거의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