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공천’으로 비판을 받으면서 좋았던 분위기을 망친 민주통합당이 극심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당 내부적으로는 공천심사위원회와 당 지도부간의 첨예한 대립은 물론 ‘통합’의 한 축이었던 한국노총도 민주당을 떠날 기세다. 공천에서 배제된 구 민주계 인사들은 무소속 출마를 검토중이다. 당 외부적으로는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드러난 불법 양태가 수도권으로까지 확산되면서 ‘한명숙 호’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강철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지난 1일 민주당 지도부의 공천 개입에 반발, 공천 심사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한명숙 대표 등 당 지도부는 2일 새벽 2시까지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공천 파문 수습에 전력을 기울였다. 강 공심위원장의 ‘공천 심사 중단’은 도덕성 문제가 제기됐던 임종석(성동을) 사무총장 등이 공천을 받은 것에 대한 논란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신경민 대변인은 2일 “강 위원장이 한 대표에게 임 후보에 대한 재심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도덕성 문제로 논란이 제기된 후보들에 대한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B 사조직에서 일했던 전력 등으로 인해 정체설 논란을 빚었던 구인호 후보는 재심을 통해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공천 심사 결과에 불복한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와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은 ‘민주동우회’라는 이름으로 무소속 벨트 출마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국노총 위원장인 민주통합당 이용득 최고위원은 당직 사퇴를 검토중이다. 한국노총은 당초 부천 원미갑 등 지역구 5~6석과 전략공천 직을 요구했지만 당 지도부로부터 이렇다할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 최고위원은 3월부터 지도부회의 등 당무에도 전혀 참여치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최고위원은 “노총은 항상 양보만 요구받는다”며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부 분란은 ‘한명숙호(號)’가 태생적으로 허약한 체질에서 비롯됐다는 내부 의견이 적지 않다. 민주통합당 내에는 구민주계와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등 여러 세력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총선을 불과 석달가량 앞둔 지난 1월 15일이었다. 화학적 결합이 없는 서로다른 세력이 짧은 시간안에 뭉친 것이 결국 현재 민주당의 공천파동이 과거보다 심각하게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 주변에 진을 치고 있는 ‘386’ 인사들이 공천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는 것 역시 논란거리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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