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부정투표와 내분이 장기화하고, 당선자들이 사퇴를 거부하면서 19대 국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무감각, 상식이 통하지 않는 몰상식, 일부세력의 종북성향 등 모호한 정체성을 가진 당선자들이 원내에 진출하는데 대한 걱정이 태산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국회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김선동 통진당 의원을 빗대 ‘최루탄이 13개로 늘었다’는 비명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10일부터 본격적인 상임위 구성에 들어갔다.
최근 통진당 이석기 당선자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질문에 “북한의 눈으로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독일로 망명한 좌파 지식인 송두율 교수가 지난 1980년대 북한의 눈으로 북한을 이해하자며 주장한 ‘내재적 접근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소위 80년대 주사파 학생들의 발언과 이 당선자의 발언은 맥을 같이 한다. 이 당선자는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 출신이다.
지난해 한미 FTA 비준 당시 국회 본회의장 내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김선동 의원에 대한 우려도 높다. 김 의원은 최근 당내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낱장으로 뜯어지지 않은 뭉텅이 표가 나온 것에 대해 “풀이 살아났을 수 있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놔 주변의 비웃음을 산 바 있다. 김 의원은 9일 국회 정론관에서도 자신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며 표를 처리할 때 가지런하게 하는 과정에서 투표용지가 붙었을 가능성을 또다시 제기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번 통진당 당선자 가운데는 종북색채를 띈 의원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상규 당선자는 민족민주혁명당 수도남부지역사업부 총책을 맡은 바 있고, 김재연 당선자는 과거 맥아더동상 파괴를 주도한 통일연대 대표 출신이다. 비당권파 가운데는 환경운동가로 알려진 김제남 후보도 사상적으로는 종북주의에 가깝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국회의원은 한명 한명이 입법 기관으로,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기밀 자료와 고급 자료를 요청해 활용할 수 있다. 때문에 통진당 의원들이 남한 내부의 고급 자료를 북한에 넘기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있었던 ‘일심회 사건’은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대한 세부 정보가 북한에 보고됐던 사건이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원내대표가 확정되면서 국회에선 각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 작업이 본격화 됐다. 문제는 국회 관례상 통진당이 이번 19대 상임위 구성에서 상임위원장 자리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데 있다. 지난 18대 때는 자유선진당이 원내 3당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자리를 가져간 바 있다. 관례대로라면 19대에서 3당으로 올라선 통진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통진당 의원이 위원장이 되는 상임위는 ‘식물 상임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위원장의 의지와 다른 안건이 상임위에 상정될 경우에는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통진당 당권파들이 보이는 ‘나만 옳다’ 식의 접근법은 이같은 우려를 더 높이고 있다.
한편 통진당 당권파 당선자들은 법사위에선 국가보안법 폐지를, 정무위원회에선 반민주행위자 처벌법 제정을, 기획재정위원회에선 대기업 해제관련 법안을 추진할 개연성이 높다. 또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선 한미FTA 폐기와 함께 한미동맹 폐지를 주장하고, 정보위에선 방첩기관 관련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노조의 경영참여를 의무화하는 법안 추진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진당 당권파들은 일반 국민의 상식과 그들이 갖고있는 상식이 다르다는 인상을 주고있다”며 “이들이 대의민주주의에 과연 적합한 존재인지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zizek88> 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