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당대표 후보들이 북한인권법에 대해 날선 비판을 잇따라 내놓으며 민주당 대권 후보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성향의 사람들로부터 표를 얻어야 하는 ‘당권 후보’와 일반 국민들로부터 표를 얻어야 하는 ‘대권 후보’라는 입장차가 근본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해찬 의원은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에서 발의한 북한인권법과 관련 “외교적 결례”, “북이 알아서 할 일”(4일·라디오 방송)이라고 말했고, 지난 6일에는 ‘삐라살포 지원법’, ‘악질적 메카시즘’이라는 원색적 단어를 써가며 새누리당의 사상 공세에 대해 역공을 펼쳤다. 김한길 민주당 당대표 후보도 비슷한 입장이다.
민주당의 유력 당대표 후보들이 북한인권법에 반대 의견을 뚜렷이 한 것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을 자신에게 결집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시절 ‘햇볕정책’을 펼쳤고, 때문에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은 실효성 없는 북한인권법에 대해 반대할 것이라는 복안이 깔린 것이다. 민주당은 오는 9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경선 비중 70%가 반영된 당원ㆍ시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반면 대권 후보들의 입장은 당대표 후보들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은 “북한도 북한 주민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북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5일·육군 비룡부대)고 말했고, 손학규 고문은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주민들이 굶어 죽는데 핵개발에 돈을 쓰고 있지 않느냐”(5일·전북대 강연)고 말했다.
이같은 ‘당권후보’와 ‘대권후보’ 간의 시각차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고려한 행보로 해석된다. 당권 후보들의 경우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표를 얻으면 당대표에 당선될 수 있지만, 대권 후보들은 중도 성향의 국민들로부터 폭 넓은 지지를 받아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념 색채를 중도쪽으로 옮겼다는 분석이다.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해결에 대한 의견에 있어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자격심사를 통해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의원직에서 제명 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지만 김한길 당대표 후보는 “(두 의원이 제명된다면) 국회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장이 될 것”(7일·라디오 방송)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 안팎에선 당 지도부 인사들의 입장 차가 대선에 악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총선 패배가 민주당의 지나친 좌클릭 때문이었다는 결론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선 이념은 중앙으로, 타깃은 서민으로 잡아야 한다”며 “당권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에 대권 후보들이 상처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석희 기자 @zize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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