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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예술한다고?…빈곤에 허덕이는 문예인, 월 100만원 미만이 67%
3년전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주연 데뷔한 신인 배우는 당시 출연료로 회당 10만원을 받았다. 공연 전 2개월 가량의 연습료를 더해도 그의 연간 수입은 고작해야 몇백만원이다. 그는 운이 좋은 경우다. 대사도 주어지지 않은 단역은 회 당 2만원을 손에 쥔다. 서울 시내에서의 한끼 식사료도 안된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 4860원을 회당 공연 시간 3시간에 대입하면 회당 출연료 2만원은 겨우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난 액수다. 이 마저도 일정치 않아 무대에서 활동하는 배우의 월급은 시급 아르바이트와 다를 게 없다.

우리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문화예술을 만드는 창작인의 삶이 궁핍하다는 건 삶의 또 다른 아이러니다. 배고픔도 창작자가 느껴야할 고통의 일부란 말도 더이상 예술인의 자존심을 세워주지 못한다. 문화예술인이 겪는 빈곤은 도를 넘어 죽음의 문턱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1년 생활고에 시달리다 몇일째 굶어 숨진 채 발견 된 고 최고은 작가의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한 TV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유명 뮤지컬 1세대 배우가 자신의 출연료가 아이돌 출신 배우보다 적다고 한 고백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문학, 미술, 음악, 국악, 연극, 무용, 영화 등 한국의 문화 시장은 양적, 질적 팽창을 이뤘지만, 그 열매는 종사자 전체에게 골고루 나눠지지 못했다. 균형추가 흔들려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했다.

여러 기관의 최근 조사 결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문화예술인 활동여건 실태조사에서 지난해 응답자 2000명 가운데 월 수입이 아예 없다고 답한 예술가가 26.2%나 됐다. 월 평균 수입 100만원 이하가 66.5%였다. 이는 2009년 조사(100만원 이하 62.8%)와 견줘 더 나빠진 것이다. 특히 문학인은 100만원 이하가 91.5%나 됐다. 

[그래프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2013년2월]

영화진흥위 최근 조사에 따르면 독립영화 제작자 87%는 연수입 2000만원 미만 소득자다. 그런데 이 수입 중 독립영화 제작을 통해 얻는 수입은 단 6.6%(연평균 140만원)에 불과했다.

또 연극인복지재단에 따르면 연극인은 연극창작 활동을 통해 한달에 평균 36만원(2008년 기준)을 번다. 연극인 62%는 음식점 서빙 등 다른 일로 생계비를 번다. 이들은 부업으로 본업 보다 많은 월 평균 65만원을 받는다. 이경민 연극인복지재단 사무국장은 “요즘의 상황도 2008년 조사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뮤지컬이나 연극은 1개 작품이 끝나면 모두 실업 상태가 되는데 프로젝트 당 턴키계약을 맺는 스태프는 그나마 형편이 낫고, 연기자는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이 개선되기는 커녕 더욱 심화해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요즘엔 영화 뿐 아니라 공연계에도 대작에만 관객이 몰리는 양극화가 심화했다. 한정돼 있는 공연장의 대관료 인상, 생활물가 상승, 부동산 임차료 상승, 예매사이트의 대작 위주 마케팅 전개 등 구조적인 문제가 얽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다.

정대경 한국소극장연합회 회장은 “중소규모, 창작 공연은 손익분기점(BP)를 맞출 수 없는 구조다. 작은 공연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고 있다. 순수예술성을 담보로 한 공연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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