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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형공화국? 이젠 매력자본의 시대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한국은 전 세계에서 성형수술이 가장 많이 행해지는 나라다. 무려 전 세계 성형수술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하지만 성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곳은 9분의 1에 불과하다. 이 사실은 어느 정도 성형 부작용이 예고돼 있다는 얘기다.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성형을 부추긴다. 청소년기에는 양악 수술이나 코 성형, 안면윤곽술 등을 받으면 위험할 수 있다. 성장이 완전히 이뤄진 후에 해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도 성형외과들이 방학과 휴가 시즌이 되면 청소년에게 할인 혜택을 주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왜 이렇게 성형수술에 열을 올릴까. 간단하다. 병원은 성형수술로 큰돈을 벌 수 있고, 사람들은 성형수술을 받아서라도 예뻐지거나 멋있어지면 경쟁력이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최근의 성형시술은 단순히 예뻐지는 수준이 아니라 미(美)의 기준이 시대에 따라 변하는 만큼 ‘개성을 찾아주는 성형’을 해준다며 한 수 위의 상술을 펼치고 있다.

이들에게 “외모가 아니고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는 건 정말 순진하다. 그건 현실을 호도하는 말이다. 차라리 예뻐지거나 잘생기게 보이기 위해 성형을 활용할 만하다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다. 남자들도 더 잘생기고 더 멋있게 보이려고 성형하는 게 이상하지 않는 시대다.


분명히 예쁜 건 사회적 경쟁력이다. 남자들의 유전자 중에는 미인을 밝히는 DNA가 있다는 설까지 있으니까. 한 여고 교실에 들어가 성형수술을 하고 싶은 사람을 물어봤더니 반 정도나 손을 들었다. 연예계에서는 못생긴 것만으로도 비주류나 비호감 계열에 속해버린다. 김태희는 “제가 얼굴이 예쁘지 않았더라면 드라마 주연을 쉽게 맡을 수 있었겠는가”라고 말한다.

다매체 시대에는 보여줘야 할 것이 더 많아진다. SNS나 모바일에 셀카와 동영상을 저장하고 전송하는 일이 잦아진다. 과거에는 연예인들이 하던 일을 일반인도 한다. 방송사는 일반인까지 콘텐츠에 참가시키고 있다. ‘일반인의 연예인화’가 이뤄진다. 이제 방송사의 카메라가 어디까지 들어올지 모를 일이다. 영상매체는 보여줄 만한 대상들을 끊임없이 찾아내야 한다.

그러니 대비는 해야 한다. 하지만 미디어와 마케팅업체들이 아무리 선동한다고 해도 성형수술에만 매달릴 건 아니다. 미의 기준을 밖에서만 찾으면 해결이 어렵다. 자신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서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야 한다. 미의 기준은 외모에만 있지 않다. 분위기와 느낌, 개성까지 포함한다. 이런 건 코를 세우고 턱을 깎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기능적인 시술로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이다. 못생긴 개그맨이 멋있어 보이는 건 개성 때문이다. 배우 공효진은 아주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매력이 있고 개성이 있다. 그래서 예뻐 보인다.

연예계에서 양악 수술 바람이 분 지도 제법 됐다. 양악 시술은 연예인의 자발적 결정 못지않게 성형외과에서 마케팅상 필요에 의해 연예인을 선택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기도 하다. 양악 수술은 턱뼈를 깎거나 자르기 때문에 얼굴이 작고 갸름해지면서 예뻐 보이기는 하나 개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노타이’ 양악 수술을 받은 강유미에게서 웃음과 재미를 주던 강유미가 잘 연상되지 않는 것도 개성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나는 안영미가 성형수술을 한다면 절대 반대다. 신은경은 양악 수술을 통해 더 예뻐졌는지 모르지만 똑 부러지고 조금 괄괄한 이미지, 그런 맛에 감독들이 자주 캐스팅하고 대중도 인정해주던 개성이 약화됐다. 모두 주연 같은 외모 이미지로 바꿀 것도 아니다. 성동일이나 류승룡 같이 개성 있는 외모도 잘나가지 않는가.

원래 외모는 내면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몸과 마음은 따로 노는 게 아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고, 건전한 내면에 건강한 육체가 싹튼다. 다양한 종류의 미인과 동안 등 몸과 관련된 개념들은 외모와 함께 각각 정신적 세계(내면)를 가지고 있는데, 미디어와 성형업체, 미용업계가 제시하고 선동하는 과정에서 내면적 요소는 쏙 빠져버렸다. 내면의 진화 없이 겉모습의 변화로만 만들어지는 미인은 겉모습을 소비하는 순간이 지나가면 공허함을 남긴다. 그래서 미디어는 계속 새로운 미(美)를 찾아나설 수밖에 없다. 외모와 심성이 합쳐져야 비로소 생명력이 살아난다. 그래야 자연스럽다. 그리고 어울린다. 그것이 매력자본이다. 매력자본은 “봄꽃도 아름답지만 가을단풍도 아름답다”는 법륜 스님의 말처럼 시류를 타지 않고 시류와 함께 숙성ㆍ축적시킬 수 있는 개성자본이다. 이제 우리는 매력 자본을 적극 찾아나서야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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