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니 킴은 미국의 명문대학을 마치고 의학을 전공하다가 요리사로 방향을 틀었고, 정연태 사장은 미국과 일본에서 학사 및 석ㆍ박사 과정을 마치고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산골 오지에서 선조들의 유산인 장(醬) 사업을 전개 중이다. 둘의 인연은 한 통의 e-메일로부터 시작됐다.
정 대표는 “후니 킴과는 일면식도 없었죠. 그의 한식당이 미슐랭가이드로부터 별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하곤 무턱대고 e-메일을 보냈어요. ‘공기 맑은 산골에서 좋은 콩과 소금으로 정성껏 숙성, 발효시켜 만든 장이니 한 번 맛봐 달라’는 편지와 함께 된장과 간장 샘플을 우송했더랬죠. 그런데 며칠 후 ‘죽장연 장을 맛봤다. 지금까지 내가 열심히 찾아 헤매던 바로 그 된장맛이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그리곤 지난해 그가 포항 상사리까지 찾아왔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게 된 거죠”라고 했다.
경북 포항의 프리미엄 장류업체 ’죽장연‘ 작업반장의 부인이 정성껏 차린 밥상을 받은 후니 킴(왼쪽)과 정연태 사장. [사진=이영란 기자] |
프리미엄 장류 브랜드인 죽장연의 된장ㆍ고추장ㆍ간장은 후니 킴의 한식당( ‘단지’와 ‘한잔’)의 각종 요리에 쓰이고 있다. 두 사람은 조만간 죽장연의 된장ㆍ고추장을 기반으로 ‘후니킴 특별 소스 by 죽장연’도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밀가루가 들어가는 일본 된장과 달리, 한국 전통 된장은 콩으로만 만들며 발효 측면에서도 가장 뛰어나 ‘살아 숨 쉬는 약’임을 널리 알리겠다는 것.
후니 킴은 된장 냄새가 물씬 나는 한국음식을 외국인이 기피할 거로 생각하는 건 고정관념이라고 했다. 그의 식당 ‘한잔’에선 전통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와 된장덮밥이 인기 메뉴라는 것. 또 해물파전, 갈비찜도 된장으로 간을 맞췄더니 “맛이 깊고, 고소하다”는 반응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뉴욕에서도 양조 된장을 비롯해 각종 된장류가 유통되지만 자신이 원하는 그윽한 맛이 나오지 않아 고심을 거듭했다는 후니 킴은 죽장연 된장을 만난 뒤로는 쿰쿰한 맛이 살아 있는 각종 메뉴를 더욱 다양하게 개발 중이라고 귀띔했다.
정 사장은 “우리 선조들의 혼이 담긴 문화유산이자, 발효과학의 결정체인 된장ㆍ청국장ㆍ고추장의 오묘함을 후니 킴과 함께 세계에 널리 알리려 한다. 이제야말로 ‘진짜 우리 것’으로 승부를 걸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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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산골마을 죽장연 장원을 찾아 전통방식으로 숙성 발효시키는 된장, 간장에 대해 대화하는 정연태 사장과 후니 킴. [사진=이영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