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핸들러 운영하는 호텔 겸 카페
건강상태 항시 체크해주는 동물병원
한마리 한마리 정성 쏟는 펫시터 등
하루 2~7만원 비용으로 걱정 끝

#1. 서울 압구정동에 거주하고 있는 33세의 1인가구 최모씨. 혼자 사는 외로움에 최근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받았지만 곧 다가올 설이 걱정이었다. 짧은 귀경길에 데려가기도 두고가기도 난감하다. 장거리 이동에 멀미를 할 반려견도 걱정,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부모님 눈칫밥도 걱정이었다. 최씨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집 근처의 애견호텔을 예약했다. 1박에 3만원, 설 연휴 중 이틀을 맡기기로 했다.

#2. 모델 홍종현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 반려견 ‘헤롱이’가 늘 걱정이다. 그래서 똑똑한 자동급식기를 주문했다. ‘헤롱아! 밥 먹어’라는 문자 한 통이면 자동급식기가 목소리로 인식해 사료를 우수수 쏟아낸다. 급식기엔 카메라도 달려있어 스마트폰을 통해 혼자서 밥을 먹는 헤롱이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빈 집에서 형의 목소리가 나오자 헤롱이는 두리번거리며 당황하다가도 급식기 안에 담긴 밥을 맛있게 먹었다.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 ‘펫토리얼리스트’ 2화 중)

내 몸과도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명절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멀고 먼 귀경길 함께 가는 것도, 그렇다고 두고 가는 것도 마음이 불편하다. 가족 같고 친구 같고 연인 같다가도 이때만 되면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명절 이후 유기견 수가 급증하는 것은 반려동물 애호가 1000만 시대의 그늘이기도 하다.

반려동물 산업이 호황을 맞은 시대가 됐는데, 짧은 기간 돌봐줄 곳 하나 없을까. 동물병원은 물론 애견호텔, 펫시터가 대기 중이다. 카메라가 설치된 자동급식기와 외로움을 덜어줄 ‘도그TV’도 대안이다.

▶맡겨볼까? 여기 어때?=동행이 어렵다면 동물호텔이 있다. 동물병원은 물론 동물카페, 숙박만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호텔이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주인 대신 돌봐준다.

동물병원에서 운영하는 호텔의 경우 병원 안에 마련한 우리에서 반려동물을 관리한다. 수의사와 간호사들이 동물들의 건강상태를 항시 체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내공간이 좁기 때문에 대형견을 받지 않는 곳이 많다. 특히 좁은 우리에서 지내야 하기에 스트레스도 피할 수 없다. 경기도 일산의 한 동물병원은 “주인과 떨어졌을 때 분리불안이 오거나 지나치게 짖는 개들은 병원호텔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1박에 2만(소형견)~3만원(중형견) 수준이다.

호텔을 겸한 카페도 각광이다. 반려견 호텔의 경우 넓은 공간과 청결, 체계적인 서비스를 강조하고 반려견의 크기에 맞춰 다양한 크기의 객실이 마련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주견이 있어 친구를 사귀며 사회성도 키울 수 있고 호텔을 이용하며 미용과 훈련(유치원)을 받을 수 있어 좋다. 당연히 전문과정을 거쳐 자격증을 소지한 ‘프로핸들러’다.

서울 청담동 애견호텔 ‘카페월’의 조선혜 대표는 “애견 호텔의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상태와 안전”이라며 “CCTV를 설치해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스마트폰 영상통화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애견호텔의 경우 성격이 소심한 개는 서열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하며, 이 경우 호텔 측과의 상담은 필수다. 동물호텔의 경우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1박 기준에 2만~7만원 수준이다.

반려묘(猫)의 급증으로 고양이 전용호텔도 등장했다. 반려묘 호텔의 경우 흔하지 않고 객실이 적어 예약은 필수다. 독립성이 강하고 자기공간 개념이 분명해 무조건 독방을 이용한다. 1박에 2만5000원 선이다.

최근엔 펫시터(pet sitter)도 각광이다. 인터넷을 통해 활발하게 자리 잡은 반려동물 커뮤니티에는 ‘펫시터 광고게시판’이 따로 등록돼 있을 정도다. 명절만 되면 반복되는 고민을 나누기 위해 직접 팔을 걷은 사람들이다. 펫시터는 아파트나 주택 등 가정집에서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사람으로,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과 함께 한두 마리 정도를 더 돌봐주고 있다. 산책은 물론 주인이 원하는 사료로 입맛을 맞추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호텔에 비해 소규모로 운영되는 만큼, 한 마리 한 마리에 정성을 쏟는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엔 펫시터를 체계적으로 하는 업체도 생겨났지만, 대부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피해사례도 적지 않아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1일 1만5000원~2만원 정도다.

▶혼자 둬야 한다면? 도그TV도 대안=동물호텔이나 펫시터가 비용 때문에 부담스럽다면 혼자 두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을 위한 철저한 준비는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고양이의 경우 사나흘은 혼자 두는 것도 괜찮다. 워낙 자기공간을 중시하기에 낯선 곳에 간다면 도리어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경우 물과 사료 준비는 필수다.

강아지는 정반대다. 가급적이면 혼자 두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부득이한 경우라면 혼자 있는 불안감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카메라가 장착된 자동급식기를 통해 반려동물의 사료를 챙겨주고, 스마트폰으로 밥을 먹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안심도 된다. 간간이 들려오는 주인 목소리가 위안이 될 수도 있다.

장시간 혼자 있는 것이 심심할 강아지들을 위해 하루 종일 틀어놓을 수 있는 ‘도그TV(미국)’도 케이블 채널 CJ헬로비전을 통해 등장할 예정이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도그TV’는 즐거운 일상을 보내는 개들의 모습을 담았고, 근시인 개를 위해 영상도 큼직하게 담은, 오로지 개를 위한 TV”라며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개들을 위한 안성맞춤 프로그램”이라고 전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