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란치스코 교황, 꽃동네 아르헨티나 분원 요청했었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성 프란치스코(1181~1226)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나는 가난이라는 부인과 결혼했다”며 평생 빈자들을 위한 삶을 실천해 성자의 반열에 올랐다. 이 성자의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용차와 관저를 포기하고 사상 최초로 여성과 무슬림을 상대로 세족식을 벌이는 등 즉위 직후부터 권위를 내려놓은 파격행보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교황은 지난 10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월 14~18일 방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방한 직전까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지만, 지금까지 파악된 일정은 그간의 행보만큼이나 파격적이다.

우선 8월은 역대 교황의 휴가철이다. 그 기간 동안 교황이 아시아 각 국을 순방하는 대신 한국만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교황은 지난달 23일 바티칸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염수정 추기경에게 “한국을 정말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등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 왔다.

꽃동네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가 지난해 8월 2일 로마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꽃동네]

교황은 14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오후에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로 여겨지는 충남 당진 솔뫼성지를 찾는다. 솔뫼성지에는 성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가 남아있다.

이어 교황은 16일 서울에서 박해로 순교한 윤지충 바오로 등 124위의 시복식을 집전한다. 교황이 바티칸이 아닌 현지에서 열리는 시복식에 참석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시복식 장소로는 광화문 광장이 유력하다.

이날 시복식과 더불어 눈에 띄는 교황의 일정은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이다. 교황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 시절, 꽃동네에 아르헨티나 분원 설립을 요청한 바 있다. 교황의 즉위 이후 꽃동네의 아르헨티나 진출은 무산됐지만, 지난해 8월 교황은 꽃동네의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를 바티칸으로 초청해 인연의 끈을 다시 이어갔다. 낮고 소외된 곳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교황 다운 행보다.

17일 교황은 수많은 순교자를 낸 충남 서산 해미성지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집전한다. 교황이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최초의 일이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교황은 서울 명동성당 미사에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84년과 1989년에 두 번에 걸쳐 이뤄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방한은 한국 천주교 성장의 기폭제를 넘어 정치 민주화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정치ㆍ사회적 갈등, 빈부격차, 청년실업, 불안한 안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 땅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국민적인 기대가 크다.

/123@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