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기교만으론 머지않아 한류 아성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기우였음을 입증하는 토종 록, 재즈, 포크, 퓨전 뮤지션들의 약진이 매섭다. 장르 지평의 확장, 기교는 물론이고 실력까지 겸비한 뮤지션들의 한류 영토 확장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오전 0시 20분 미국 텍사스 오스틴 시내의 클럽 ‘엘리시움’. 세계 최대 음악 쇼케이스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의 부대 행사로 열린 ‘K팝 나이트 아웃’ 행사장에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관객들의 환호성과 카메라 세례로 장내는 잠시 혼잡해졌다. 가가는 1시간가량 가수 박재범과 현아의 공연을 관람한 뒤 자리를 떠났다.
한국 록밴드의 실력, 현아-박재범의 파워댄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레이디가가.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
가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콜드플레이, K팝, 데스메탈. 축제를 즐기는 사람이기 이전에 음악 애호가로서 나는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Coldplay, K Pop, and a Death Metal affair. As a music lover former festival junkie, I’m having the time of my life.)”고 메시지를 남겼다. K팝의 달라진 위상을 새삼 보여준 사건이었다.
K팝에 대한 관심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동안 K팝은 완성도 높은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과 절도 있는 안무로 무장한 아이돌을 중심으로 지구촌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2NE1이 진입하기 어렵다던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60위권의 역대 최고성적을 기록하는 등 아이돌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SXSW에서는 장르의 확장성 면에서 K팝 세계화의 진일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올해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 초청 받은 한국 뮤지션들의 면면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웠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로큰롤라디오, 스맥소프트, YB, 장기하와 얼굴들, 잠비나이 등 록밴드와 인디 뮤지션들이 주를 이뤘다. 규모 면에서도 한국은 역대 최다인 15팀이 참가했다. 이는 지난 2007년 YB가 한국 뮤지션 최초로 이 행사에 참가한 이후 불과 7년 만에 이뤄낸 값진 성과다.
지난해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 축제인 ‘에든버러 프린지(Edinburg Fringe)’에서 국악과 대중음악을 결합한 음악을 선보인 밴드 고래야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최고 평점을 받으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팝재즈밴드 윈터플레이는 지난해 중국, 홍콩, 대만, 마카오에서 정규 3집을 라이선스로 발매해 홍콩레코드, HMV 등 각종 재즈 차트에서 1위를 석권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자신의 앨범에 ‘아리랑’을 실어 세계에 소개했던 재즈 보컬 나윤선은 재즈 강국 프랑스에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문화예술 공로 훈장인 슈발리에 훈장을 받기도 했다. 푸디토리움은 보사노바의 본고장인 브라질에서 발표한 곡 ‘비아잔치(Viajante)’로 지난 2012년 현지 음악 시상식 ‘카타-벤투(CATA-VENTO) 2012’에서 ‘올해의 노래’로 선정됐다.
‘아이돌 중심의 K팝 한류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음악적 스펙트럼의 확장은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아쉬움도 있다. SXSW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홍대의 한 클럽에서 공연을 가진 스맥소프트의 리더 황보령은 “적지 않은 외신 기자들이 인터뷰를 위해 찾아오는 동안 한국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윈터플레이의 리더 이주한은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열리는 각종 재즈 페스티벌에선 우리를 수시로 초청하는 등 관심이 많은데 정작 한국에선 설 자리가 마땅치 않아 안타깝다”고 고백했다. 2014 SXSW가 던져준 자부심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기교에서 실력으로 진화하는 K팝의 발전 도상에 2% 채워질 것은 록밴드와 인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밴드 크라잉넛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K팝 나이트 아웃’ 행사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
지난해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 축제인 ‘에든버러 프린지(Edinburg Fringe)’에서 국악과 대중음악을 결합한 음악을 선보인 밴드 고래야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최고 평점을 받으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팝재즈밴드 윈터플레이는 지난해 중국, 홍콩, 대만, 마카오에서 정규 3집을 라이선스로 발매해 홍콩레코드, HMV 등 각종 재즈 차트에서 1위를 석권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자신의 앨범에 ‘아리랑’을 실어 세계에 소개했던 재즈 보컬 나윤선은 재즈 강국 프랑스에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문화예술 공로 훈장인 슈발리에 훈장을 받기도 했다. 푸디토리움은 보사노바의 본고장인 브라질에서 발표한 곡 ‘비아잔치(Viajante)’로 지난 2012년 현지 음악 시상식 ‘카타-벤투(CATA-VENTO) 2012’에서 ‘올해의 노래’로 선정됐다.
그룹 잠비나이의 퓨전음악 공연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
‘아이돌 중심의 K팝 한류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음악적 스펙트럼의 확장은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아쉬움도 있다. SXSW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홍대의 한 클럽에서 공연을 가진 스맥소프트의 리더 황보령은 “적지 않은 외신 기자들이 인터뷰를 위해 찾아오는 동안 한국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윈터플레이의 리더 이주한은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열리는 각종 재즈 페스티벌에선 우리를 수시로 초청하는 등 관심이 많은데 정작 한국에선 설 자리가 마땅치 않아 안타깝다”고 고백했다. 2014 SXSW가 던져준 자부심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기교에서 실력으로 진화하는 K팝의 발전 도상에 2% 채워질 것은 록밴드와 인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