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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곰(잭 니클라우스) “내 인생 마지막 라운드는 이 골프장서…”
美 ‘페블비치’ 클럽 넘어 관광지로
태평양 바람에 악명높은 17번홀 유명

해변도시에 자리잡은 ‘로열카운티다운’
英 에드워드 7세, 코스에 로열 지위

‘안양CC’ 유명작가 작품들 클럽내 전시
이병철 회장의 남다른 예술사랑 반영


춘삼월이 오면 마나님의 주말은 아름답다. 남편을 골프장으로 보낸 그녀는 거실에서 소프트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5번 op.24 ‘봄’을 감상할 것이다.

필드에 나간 남편은 ‘골프를 잘 하면서 괴테나 베토벤을 생각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미국 풍자저널리스트 헨리 루이스 멘켄의 말을 실감한다. 칠수록 좌절이 많은 필드에서는 골프를 넘어 인생사 배울 것도 많으니 마나님 생각은 나지 않는다. 그래서 1927년 US오픈 골프대회 첫 우승자였던 토미 아머도 사랑과 골프의 양립 가능성을 두고 고민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결국 “사랑과 퍼팅은 불가사의한 숙제다. 이 두 가지 명제 모두를 푸는 건 골퍼들에게는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골프는 예술이다=스토리와 명작을 만나는 요즘의 골프장은 굳이 베토벤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예술의 향기가 짙다. 페블비치와 세인트앤드루스엔 머지않아 ‘선수들’이 찾을 것이다. 작품 같은 이 봄, 이곳을 선점해보는 것도 스코어와는 무관한 포만감을 안길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 코스 7번홀(파3)은 그린 주변 삼면이 태평양이고 벙커에 포위돼 있다. 화이트티박스에서의 거리는 94야드에 불과하지만, 웨지로 띄워진 볼은 바람의 영향을 세차게 받아 풍선처럼 요동친다. 쉬워보여도 방심하지 말 것을 가르친다.

1919년 개장한 미국 페블비치 골프장은 이미 클럽을 넘어 관광지다. 전 세계 많은 젊은이가 이곳에서 야외 결혼식하는 것을 꿈꾼다고 한다. 파3인 17번홀은 악명이 높다. 강한 태평양 바람 때문에 온그린 자체가 어렵다. 그린을 직접 노릴수록 그린과 멀어진다. 세기의 명승부로 불리는 1977년 US오픈에서 톰 왓슨이 잭 니클라우스를 물리칠 때 이 17번홀 주변 러프에서의 칩샷 버디가 결정타로 작용했다. 잭 니클라우스가 “죽기 전에 마지막 라운드를 한다면 페블비치에 가겠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기억에 깊이 각인된 코스다. 서부영화 단골 주인공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황야를 버린 지 오래고, 지금도 페블비치 ‘신의 바람’과 결투를 벌이고 있다.

▶17번홀 승부처라는 공통점=7번홀(파3) 티박스 뒤로는 거센파도가 마치 기업사냥꾼처럼 으르렁거리지만 공이 나아갈 방향은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브리티시 오픈골프대회 개최장소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는 원래 종교와 학문의 중심지였다. 에든버러의 북동쪽 약 48㎞지점 북해 연안에 있는 이곳엔 약 700년 전 지어진 중세 스코틀랜드 최대 교회건물이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졌고, 1411년 창설된 스코틀랜드 최초 대학인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은 아직도 남아있다. 1754년 이곳에서는 세계 최초의 골프클럽이 생겨, 골프의 발상지로 잘 알려져 있다.

브리티시 오픈골프대회 개최장소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는 원래 종교와 학문의 중심지였다. 1754년 이곳에서는 세계 최초의 골프클럽이 생겨, 골프의 발상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항아리 벙커’가 있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17번홀은 늘 우승 경쟁의 변수가 됐다. 지난해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버디를 잡은 스테이시 루이스는 보기를 범한 최나연에 역전 우승했다.

깊은 원기둥 모양 항아리 벙커가 있는 17번홀은 늘 승부처였다. 우승을 다투던 최나연은 3, 4라운드 연속 이곳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스테이시 루이스는 버디를 기록하며 역전했다. 지난해에도 “17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면 반드시 우승한다”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징크스는 통했던 것이다.

▶에드워드 7세의 추억=사실, 미국 이 외 지역 최고 골프장의 명성을 가장 오래 지켰던 골프장은 1889년 건설된 북아일랜드 로열카운티다운이다. 로열카운티다운은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서 승용차로 1시간쯤 남쪽으로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 다운주(州)의 던드롭만과 모언산맥에 둘러싸인 뉴캐슬이라는 아름다운 해변 도시에 자리 잡았다. 1908년 왕 에드워드 7세가 로열(왕립)의 지위를 이 코스에 부여했다. 검푸른 대서양과 페어웨이 주변 노랑색 가시 금작화, 멀리 푸른 초원 위 양떼와 오두막 풍경이 극명한 대비의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린, 아름답지만 터프한 코스는 도전정신과 오기를 부추긴다. 클럽헤드를 떠난 공이 금작화의 아름다움에 취해 그곳을 향했다면, ‘로스트 볼’을 각오해야 한다.

▶이병철 회장의 예술사랑 안양CC에 투영=국내 명품 골프장은 최근 예술과의 접목, 리노베이션 등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세계 40위, 아시아 2위에 오른 안양CC는 구성수, 이기봉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작가 작품을 클럽하우스 내에 전시하고 로비에는 억원대를 호가하는 일본계 미국 아티스트(가구작가)인 조지 나카시마의 원목 테이블과 의자를 설치했다. 1965년 자기재산의 3분의 1을 삼성문화재단에 쾌척하는 등 문화예술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결과다. 그는 생전에 자식들에게 “아름다운 작품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라. 예술 작품과 작가에 대한 예의다”고 가르쳤다.

경기도 여주의 헤슬리나인브릿지는 대기업 오너가문 회원들이 즐비하다. “회원들이 바빠서 필드에 자주 못 나오니 라운딩당 가격은 수백~수천만원”이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클럽하우스는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시게 루반이 친환경 목조를 가미해 지었다. 클럽하우스는 세계 3대 국제 건축상 중 하나인 ‘World Architecture Awards’ 최우수상에 뽑혔다.

▶조지 부시가 놀란 롯데스카이힐 제주=롯데스카이힐 제주는 프로대회 단골 개최지다. KLPGA 개막전인 롯데마트 오픈에 이어 6월에는 롯데 칸타타 오픈이 열린다. 남자로는 골프장 이름을 딴 오픈대회가 2005~2006년 개최된 데 이어, 2013년에는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이 열려 한국남자프로골프 마지막왕좌를 가렸다.

2009년 8월 이곳을 방문했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내 고향 텍사스 어느 곳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골프장은 없다. 레이아웃도 훌륭하고, 직원의 친절도가 매우 높다”고 극찬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방문했다가 “내고향 텍사스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골프장을 본 적이 없다”고 극찬한 롯데스카이힐 제주. KLPGA와 KPGA 프로대회만 해도 한 해 3개가 열린다. [사진제공=롯데스카이힐제주]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하우스는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데, 서울 강남역 명품 오피스텔 ‘부띠끄모나코’로 유명한 건축가 조민석 씨가 설계했다. 춘천 휘슬링 락의 클럽하우스는 길이 140m짜리 거대한 배가 항해하는 모습을 닮았으며, 유러피언투어 밸런타인 챔피언십 대회가 매년 열리는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CC는 웅장한 궁전형 클럽하우스와 미술전시관 ‘더 갤러리’를 자랑한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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