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나흘째 되던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참사가 있기 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제34회 장애인의 날에 많은 행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뜻에서 대부분을 취소했다.
한국장총측은 “당초 ‘장애인과 비장애인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모토를 내걸고 축제 분위기로 만들 예정이였으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었고, 화재 참변으로 한 중증장애인이 생명을 잃은 비극 등이 있었기 때문에 장애인계 또한 국민적인 애도와 슬픔에 동참하고자 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들이 유일하게 벌인 행사는 ‘장애인 이동권 확보 퍼포먼스’였다. 지금과 같은 열악한 인프라에서, 장애인들이 고속버스를 타는데 얼마나 힘 드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장애인 170명과 비장애인 30명은 지난 20일 낮 12시20분~오후1시 10개 노선 고속버스 승차권을 구입해 탑승을 시도했다. 고속버스에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장비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알리고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려는 행사였다.
경찰은 이 행사를 불법집회로 간주해 해산 명령과 함께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과 경찰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났다. 한국장총측이 확보한 동영상에는 경찰이 저항하는 장애인들을 향해 최루액을 분사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모든 행사를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하고 유일하게 진행하던 ‘장애인 이동권 보장 퍼포먼스’ 조차 경찰이 강제진압하면서 최루액까지 뿌리자, 분노한 장애인들은 22일 서울 사직로8길 서울경찰청 앞에서 공권력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장애인의 날’에 벌어졌던 장애인 최루액 난사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한국장총은 25일 전했다. 서울경찰청장은 현장 지휘관의 판단으로 일부 과격 행동하는 참가자에게 최루액을 사용하였지만 세심한 배려가 없어 장애인들까지 맞게 된 데에 유감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한국장총은 “우리사회에서 장애로 인한 차별이 종식되고 헌법에 명시된 당당한 권리의 주체로, 대한민국의 주권자로서 바로 설 수 있는 날들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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