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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속의 소리가 멈춘 도시 ‘합천’
[헤럴드경제(합천)=신수정 기자] 5월 중순 황매산 철쭉을 구경하러 온 인파가 지나가고 난 후 찾은 경남 합천은 세속의 소리가 멈춘 도시였다. 해인사에 이르는 소리길,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모산재, 초록 식물로 뒤덮인 정양늪 등 가는 곳마다 들리는 것은 흐르는 물소리,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 지저귀는 새소리 뿐이다.

▶시비(是非) 따지는 소리, 흐르는 물로 덮은 소리길=합천의 명소 해인사 앞에 놓인 소리길은 전체 길이가 7㎞다. 극락으로 가는 길이라는 의미를 지닌 불교용어 ‘소리’(蘇利)에서 이름을 따왔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세속의 시름을 잊으라는 뜻도 담겨있다.

옆사람의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우렁차게 쏟아지는 홍류동(紅流洞)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면 신라시대 대학자 최치원이 도를 닦았다는 농산정이 나온다. 개혁을 꿈꿨지만 6두품 출신이라는 한계에 부딪쳤던 최치원은 해인사에서 말년을 보냈다.


최치원은 이곳에서 “첩첩 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 봉우리 울리니, 지척에서 하는 말소리도 분간키 어려워라. 늘 시비(是非)하는 소리 귀에 들릴세라, 짐짓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버렸다네”라고 읊었다.

천년여 전 대학자의 말대로 애써 귀 기울이지 않아도 또렷하게 들려오는 새소리와 시원하게 쏟아지는 계곡 물소리는 세속의 다툼과 소음을 저절로 덮어버린다.

▶장대한 기운의 모산재과 고요한 정양늪=합천군의 면적은 983㎢로 경남에서 가장 넓고, 서울의 1.6배다. 합천군 북부 지역에서 해인사와 소리길을 보고 남쪽으로 내려오면 황매산과 정양늪, 합천영상테마파크 등이 모여있다.

황매산 자락 중 하나인 모산재는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돌산으로 유명하다. 웅장하게 솟아난 바위와 바위틈에서 자라난 소나무가 절경을 이룬다.

영암사지 절터에서 출발하며, 정상까지 높이는 767m다. 바위로 된 산이라 밧줄을 잡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걷거나 때로는 엉금엉금 기어야 한다. 가파른 바위틈 사이로 난 나무 계단을 걸어 정상에 오르면 황매산, 가야산 능선과 산 아래 대기저수지를 비롯한 마을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풍수학자들은 가야산에서 비롯된 산줄기가 황매산을 지나 거침없이 뻗으면서 모산재에 그 기백에 모였다고 한다. 모산재 정상 부근에는 명당자리라는 무지개터와 순결바위, 득도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순결바위는 갈라진 바위틈 사이에 순결하지 못한 사람이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득도바위의 경우 바위와 바위 사이에 어른이 몸을 옆으로 돌려 게걸음으로 지나가야할 정도로 좁은 틈이 나 있다. 바위틈을 지나면 낭떠러지다. 처음에는 아찔하지만 바위 끝에 앉아 산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며 마음이 정화(淨化)되는 기분이 든다.

모산재가 장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정양늪은 아담하고 고요하다. 길이가 약 6㎞인 정양늪은 황강 지류인 아천천의 배후습지다. 초록색 벼같이 생긴 줄을 비롯 갈대, 부들 등 각종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나무데크와 황토로 단장한 길을 걷다보면 풀잎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 개구리 울음 소리, 각종 새소리와 함께 물레방아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려와 마음이 차분해진다.


한편 합천 남부권에서 관광객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합천영상테마파크다. 경성역, 피맛골 등 1920~80년 서울의 모습을 그대로 재연한 곳으로 잠시나마 그 시절로 돌아가 추억에 젖을 수 있게 된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드라마 ‘각시탈’ 등 유명 영화, 드라마의 세트장으로 사용됐으며 일본 영화제작사에서 촬영하러 오기도 했다.

지난 3월 31일 영상테마파크 내에 개장한 합천로컬푸드직매장도 주말이면 하루에 1000~2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파프리카, 양파, 사과, 유기농 토마토 등 합천에서 생산한 농산물 250개 종류와 우리밀로 만든 과자 등을 판매하고 있다. 각 상품에는 생산자 이름, 가공일 등이 적혀져 있고, 매장 안에 농부들의 사진도 걸려 있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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