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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트폭력 지속, 피해자의 과도한 ‘내 탓’ 인식때문”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연인이라는 사람에게 폭력을 당하면서도 관계를 끊거나 폭력의 굴레에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피해자 스스로 과도하게 ‘내 탓’으로 여기는 ‘죄책감의 내면화’ 경향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인간 폭력에 대해 경찰과 주변사람들이 ‘당사자의 일’로 미온적 대응을 하는 것도 사태의 악화를 지속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 5명을 심층면접한 결과를 성공회대 시민사회복지대학원 석사 논문으로 정리했다.

논문에 따르면,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3년간 교제한 남성으로부터 폭행, 폭언과 협박, 납치 및 감금, 강간, 스토킹 등을 겪었던 이들 20∼40대 여성들은 폭력에 잘 대처하지 못하고 관계를 빨리 끊지도 못했다는 생각이 죄책감으로 내면화한 공통점을 보였다.

A씨는 “제가 대응을 잘 못해서 이렇게 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 제 탓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고, B씨는 “남자 친구 자체도 나쁘지만 저도 잘못한 것 같다. 대처를 바로 못해 (폭력이) 계속 이어졌다”고 진술했다.

C씨는 “어느 날 싸움이 커져서 경찰에 신고했더니 조사만 받고 그냥 풀려났다”며 “경찰에 ‘나중에 화가 나서 나를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찾아오면 또 신고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D씨는 길거리에서 20분간 몸싸움을 했는데도 이를 본 누구도 신고해주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피해 여성들은 “주변 사람들이 나 때문에 힘들어 하거나 행복하지 않을까 봐, 고민을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주변인들이 자신에게 실망할 것을 우려해 폭력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잘 알리지 않았다.

이 소장은 “이런 경향은 결국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과의 ‘거리 두기’ 현상으로 이어지는 동시에, 가해 남성과의 ‘심리적 결합’이라는 역효과를 낳는다”고 분석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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