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끌려다니면서 집안 제사 지내러 다니고, 어머니께선 기독교 재단 여고를 졸업하셨습니다. 제 아내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결혼하고 처음에는 오해도 많았죠. 왜 여자가 시집와서 남편의 가풍을 안 따르고 성당을 다니느냐고요. 왜 남편말보다 신부말을 더 믿느냐고요. 허허.”
1981년 서울대병원 외과의사가 된 후 서울대 의대 교수, 국립암센터 원장, 대한암학회 이사장을 거치며 평생 의사와 의학자로서의 길을 걸어왔던 박 교수에게 뒤늦게 “종교가 뭐길래?”라는 질문이 찾아왔다. 의학에 천착해 외면해온 인문학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2009년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 정식 입학하고 다른 종교까지 폭넓게 공부하고자 의치대 교수 몇 명과 함께 ‘한국종교발전포럼’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박 교수는 “마침 그 해 늦둥이 막내를 대학에 입학시켜 여유가 났다”며 웃었다.
한국종교발전포럼은 현재 190여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고, 세미나에선 매주 주제를 달리해가며 세계 각 종교의 주요 교리와 경전을 함께 공부하고 토론한다. 박 교수는 모임의 성격을 “명함 돌리기 사절, 경조사 연락 금지, 인맥 및 소모임 배격”이라고 한마디로 규정한다. 공부 이외의 사교나 인맥쌓기 목적의 만남은 허락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일하게 입회 금지된 이들이 현역 정치인이다.
박 교수는 금연운동가과 ‘운동화전도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명함엔 자신의 캐리커쳐와 함께 ‘담배제조및매매금지’라는 글과 ‘運出生運’(운출생운, 운동화출근생활속운동)이라는 한자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박 교수는 “담배판매는 국가의 사기극”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주례를 설 때도 트래킹화를 신을 정도로 걷기와 운동이 건강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국민이 건강해야 한다, 안 그러면 나라는 보험 감당 못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말이다. 그의 말을 빌면 ‘종교의 상호 이해’는 국민과 사회의 정신건강법 중 하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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