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사무총장 마리오 토소 주교(Mario Toso, 64)가 방한해 23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토소 주교는 오는 8월로 예정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 천주교교황방한준비위원회 영성신심분과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교황 권고문 ‘복음의 기쁨’을 한국 신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토소 주교는 교황 방한에 대해 “아시아 가톨릭 청년대회(의 참석)가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한국 주교회의로부터 초대를 수락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교황 방문의 의의는 “한국 교회가 일어나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소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열렬한 찬사를 전하는 이집트의 무슬림 여성을 뉴욕에서 만났던 경험을 전하며 “신자들 뿐 아니라 전세계의 비(非)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높은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고, “교회의 사명은 완벽한 인간인 하나님의 아들을 증거하면서 인간의 높은 이상을 선포하는 것으로,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 정의와 인권을 위한 모든 활동에 있어 더 완성된 인류를 위한 교회의 사랑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일정에서 약자와 가난한 자들에 대한 배려가 적지 않느냐는 견해에 대해서는 “제한된 시간으로 방한하기에 몇 가지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모든 신자와 가난한 이들이 교황을 자기 집에 모시고 싶겠지만 모든 곳에 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신 그는 교황이 방한 일정 중 수십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8월 16일 광화문에서의 한국 천주교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 미사 집전계획을 거론하며 “교회의 사명은 모든 백성 앞에서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열린 공간에서 많은 이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소 주교는 또 한국 천주교가 부자들의 교회가 돼 가고 있다는 견해에는 “그렇게 여겨지는 것과 실제 그런 것과는 다르다. 교회가 어디서 일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의 수녀들이 밀양 송전탑 현장에서 생존권 투쟁을 벌이는 노인들과 함께 하는 것처럼 교회와 사제, 신도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불이익을 받고 보살핌 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이어 “교황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으며 중요한 것은 교회와 사제, 신자가 가난한 사람들 옆에 있음으로써 교황에 협력하고 있으며 협력해야 한다는사실”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사제들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4대강 문제 등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는 “교회는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한 사명이 있으며 여기에는 사회적 차원의 구원의 의미도 포함돼 있고, 인간의 삶이 가진 사회, 정치, 경제, 법률적 차원의 가르침도 갖고 있다”며 “교회는 종교적, 윤리적인 의견을 말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것은 정치에 대한 간섭이 아니다, 교회와 국가의 관계는 상호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관계”라고 덧붙였다.
토소 주교의 한국 방문 일정은 한국 신자들을 위한 ‘복음의 기쁨’ 대중 강연과 주교회의 및 주요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성직자, 수도자와의 만남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토소 주교는 23일 오후 ‘교황 방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으며 24일 광주대교구, 25일 대구대교구, 26일 서울대교구 방문 및 대중강연도 예정돼 있다.
마리오 토소 주교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17세에 가톨릭 수도회인 ‘살레시오회’에 입회했고, 투린에 위치한 신학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1978년 살레시오회 수도 사제로 사제품을 받았다. 2009년 10월 22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사무총장 및 비사르치오 명의회 주교로 임명됐다.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는 복음과 사회 교리에 따라 현대 세계 안에서 정의와 평화를 증진하고, 사회교리 연구와 보급을 지원하는 교황청 기구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직후인 1967년 교황 바오로 6세의 자의 교서에 따라 설립됐으며, 현재 의장은 가나 출신의 피터 턱슨 추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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