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上善若水)’
‘최상의 선이란 물과 같은 것이며 물의 선함은 만물을 이롭게 해주지만 다투지 않으며 스스로 낮은 곳에 처신한다’ 라는 뜻을 품고 있는 노자(老子)의 사상이다.
국제 로타리3650지구 예장로타리에서 지난 6월 4일부터 나흘간 방글라데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이 지역의 심각한 식수난, 각종 질병, 생활상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그들에게 화장실 280개와 우물 30개를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목마른 나라’로 불리기도 하는 방글라데시. 직접 눈으로 확인한 현장은 더욱 열악했고, 그 낙후된 정도가 한국의 60년대를 방불케 했다.
분뇨로 오염된 붉은빛을 띤 물에 어망을 띄우고 고기를 잡는 사람들의 그물에는 물고기와 함께 각종 오염물이 함께 건져 올려졌다. 우물은 이미 오폐수에 오염된 지 오래된 것이다. 뿐만 아니다. 마을 주민들은 수인성 질병으로 각종 고통을 겪고 있었다.
방글라데시에서 필자가 목도한 현실은 단순한 ‘빈곤’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일상에서 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여 그 고마움조차 망각하고 사용했던 ‘깨끗한 물’ 즉, 기본적인 생존의 수단마저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보장해 주지 못했다.
볼펜 1만개를 나눠줬지만, 쓸 종이도 학교 시설도 부족한 탓에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과연 이 국가는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나라 상황이 많이 부패돼 있어 역부족이었다.
봉사기간동안 우물을 파는 일에 동참하며 많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문명과 동떨어진 이들의 눈빛에서 순수함과 간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당장 국가의 정책을 비난하고 무지한 자들을 질책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제 부모를 스스로 선택 못 하듯이 국가 또한 그러한 것 아니겠는가…. 스스로의 힘으로 어찌하지 못하는 어려운 자들에게는 이유 없는 도움과 희생 그리고 참된 봉사만이 인간으로서의 도리일 것이다.
의미있는 일에 동참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동안 마음이 편치 만은 않았다. 급속도로 성장한 현재의 대한민국 역시 가난과 빈곤으로 얼룩졌었던 ‘지난날’이 있었고, 그 암울했던 시절을 경험한 우리 세대는 누구보다 그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어떠한가. 젊은이들은 출세주의와 배금주의 사상에 젖어 타인을 배려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일은 뒷전이다. 당장 눈앞의 것에 연연하느라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어려운 곳에 손 내밀지 못한다.
‘봉사’의 시작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주 작게는 바로 옆 사람의 어려움을 헤아려 도움을 건네고 무심히 지나치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연약한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가장 낮은 곳에서 ‘최상의 선’을 행하는 것. 소소한 감동을 모아 큰 마음을 만들고 스스로의 인생을 배려와 봉사로 삶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일 것이다.
젊은이들에게 감히 권유해 본다. 인생의 참된 성공을 맛보고 싶다면 ‘봉사’로 첫 단추를 꿸 것을.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