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충청도 지방 54개 고을의 1만개에 달하는 한자 지명이 200여년 만에 순우리말 이름으로 다시 살아났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은 ‘서울지명연구’(2010년), ‘경기지명연구’(2011년)에 이어 최근 충청도 지방 54개 고을의 한자 지명 1만여개에 대한 순우리말 이름과 현재의 위치를 정리한 ‘고지도를 통해 본 충청지명연구’를 완간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 2010년부터 고지도와 지리지에 기록된 한자표기 지명의 순우리말 이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지명연구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에 완간된 ‘고지도를 통해 본 충청지명연구’는 2012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빛을 보게 됐다.
이 책은 1720년대에 제작된 그림식 고을지도와 1789년에 편찬된 ‘호구총수’에 있는 충청도 54개 고을의 1만여 한자 지명에 대한 순우리말 이름과 현재의 위치를 재정리했다. 또 고지도와 지리지 속에 담긴 충청도 각 고을의 역사, 고을 중심지의 이동 과정, 도시의 구조와 상징 경관을 체계적으로 찾아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아우내라 부르던 지명을 한자로는 ‘竝川(병천)’이라 표기하였다. 竝(병)과 川(천)은 ‘아우르다’와 ‘내’라는 한자의 뜻을 따서 표기한 것으로, 10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竝川(병천)’이라 써놓고 ‘아우내’라고 읽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병천’이라 읽게 돼 아우내면이 아니라 병천면으로, 아우내순대가 아니라 병천순대로 부르게 된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 연구서를 통해 충청남도, 충청북도,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에 흩어져 있는 조선시대 충청도 옛 고을의 한자 표기지명에 대한 순우리말 이름이 다시 조명 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지역 정체성 찾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완간된 ‘충청지명연구’를 비롯 ‘서울지명연구’, ‘경기지명연구’ 등은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 http://www.nl.go.kr/korcis) 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
한편 국립중앙도서관은 2015년에는 전라도지명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 연차적으로 경상도, 강원도와 북한 지역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