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세례명 요셉마리)가 교황 헌정곡으로 프란츠 리스트의 ‘두 개의 전설’ 중 첫째 곡인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8분간 연주하면 덮개가 없는 무개차(오픈 카)에 올라탄 붉은 제의 차림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붉은 제의는 순교의 피를 상징하는 것으로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가 지은 것이다. 이날로 방한 사흘째를 맞게 될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전 4시부터 광화문~시청광장의 야외 식장으로 입장해 기다린 17만2000여명의 전국 천주교 신도들과 그 주위로 늘어선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제단과 제대까지 퍼레이드를 하게 된다.
가톨릭성가 304번 ‘보아라 우리의 대사제’와 283번 ‘순교자 찬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수행단을 이끌고 염수정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강우일 주교(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등과 함께 중앙통로를 거친 교황이 제대로 오른다. 이윽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 노미네 파트리스, 엣 필리 엣 스프리투스 상티’(In nómine Patris, et Fílii, et Spíritus Sancti.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팍스 보비스’(Pax vobis,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라고 외우는 기도문에 신도들이 각각 ‘아멘’과 ‘또한 사제와 함께’로 화답하는 것으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가 시작된다.
천주교 교황 방한준비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 이하 방준위)가 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브리핑을 갖고 교황 방한 일정 중 광화문에서 열릴 미사(16일)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제대(무대)의 높이를 낮게 한 이유는 ‘낮은 곳을 향하는 교황’의 성품을 드러내고 후방에 위치한 광화문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다. 교황청에서 제단의 높이를 낮게 설치해 참가자들이 어디서나 교황과 눈을 마주칠 수 있기를 원한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방준위는 밝혔다. 또 시복식은 최대한 소박하고 간소하게 진행한다. 봉헌예식에는 전례에 필요한 내용 이외의 일절 다른 봉헌을 하지 않는다. 전례에 관한 모든 사항은 교황청 전례원과 협의를 거쳤다는 것이 방준위의 설명이다. 한복입은 성모상과 건곤감리 4괘를 새긴 교황의자로는 한국적인 전통과 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미사에서 교황은 라틴어를 사용하며, 신자들은 한국어로 응답한다. 강론은 교황이 이탈리아어로 전하면 단락별로 한국어로 순차 통역된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광장(대한문)까지 1.2㎞의 구간에는 전국에서 모인 신도들이 자리하게 된다. 방준위는이미 천주교 각 교구별로 참가희망자와 교구별 착석 구역을 모두 정했다. 이들 외에 자원봉사자는 5000여명이 투입된다. 이들은 행사장 안내와 안전, 미사전례, 환경미화와 지방에서 올라오는 버스 1,600여대의 주차관리 등을 담당한다.
성체분배는 평신도 700여명, 성직자 200명 등 900여명이 한다. 이들이 신자들에게 분배할 제병(祭餠, 밀가루로 만든 빵으로 미사 중 사제의 축성 후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한다)만 18만 개가 준비된다.
시복식 참가자들은 행사 시작 전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13개 출입구를 통해 입장한다. 입장은 새벽 4시부터 오전 7시까지 진행된다. 시복미사 당일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은 오전 4시 30분부터 조기 운행된다. 다만 이날 시복미사가 완전히 끝나는 오후 1시께 까지는 행사장 구역 내의 모든 역(시청역, 경복궁역, 광화문역)에서 열차가 무정차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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