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간 행사와 미사 통해
사회 각계 각층 인사들과 만남…교황의 메시지에 전국민 주목
수녀 · 산동네 주민들 제의 제작…초상화 · 나전칠기 등 선물도 준비
두 팔 없는 장애 소녀는 교황에게 선물할 꽃다발을 준비했다. 가난한 산동네 주민은 교황이 입을 옷을 한땀한땀 지었다. 카페를 운영해오며 20년 넘게 세계 기아민 돕기 운동에 번 돈의 일부를 꼬박꼬박 기부해온 50대 부부는 한국 천주교 신자들을 대표해 광화문 시복미사에서 예수의 몸(성체)과 피(성혈)를 상징하는 빵과 포도주를 봉헌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을 자청해온 교황을 기다리는 한국에서 ‘낮은 땅의 사람들’이다. 폭력의 역사와 한국 사회 갈등의 피해자들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세월호 참사 유가족, 쌍용차 해고자들,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등 다양한 형태로 교황과 만날 이들도 한마음이다. ‘웰컴, 프란치스코!’
11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가톨릭계뿐 아니라 국빈을 맞을 청와대와 주요 방문 및 행사 예정지인 서울과 대전 등 지자체는 환영 채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전국민적인 교황 맞이 분위기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특히 4박 5일 방한 일정 중 행사와 미사를 통해 이루어질 우리 사회 각계 각층 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떤 메시지를 전할 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대규모 미사 및 행사가 예정된 서울과 대전, 당진, 서사 등은 교황의 경호와 참가자 및 시민들의 안전, 교통 통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16일 오전 광화문에서 열리는 시복미사는 신도 17만여명을 포함해 50만명 이상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이날 전철과 버스 등을 증편하는 한편, 당일 경복궁 광화문 시청역에서의 무정차 통과와 개인택시 부제 해제, 101개 버스 노선 우회 운행 등의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대전시는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를 위해서 버스를 증편했고, 충남지방경찰청은 충남 당진 솔뫼성지와 서산 해미성지 일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일정에 맞춰 교통 통제를 할 예정이다.
‘세월호 정국’을 거치며 대립과 정쟁에 매몰됐던 정치권도 교황 방한이 여야간 꼬인 매듭을 푸는 ‘한 수’가 될지 기대하고 있다. 일단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세월호특별법 쟁점에 대해 전격 합의했다. 여전히 세월호 참사 유가족 및 시민단체들의 반발 등으로 논란의 불씨를 남겼지만, 여야간 전격 합의가 ‘교황 방한 효과’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원내의 가톨릭 신도 의원들을 중심으로 교황 방한 일정과 함께 하는 행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교황 방한 일정을 직접 담당하는 천주교 각 교구의 행사 채비도 속속 마무리되고 있다.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미사(15일)와 해미읍성에서 아시아청년대회 폐막식(17일) 등을 준비하는 천주교 대전교구는 11일 교황의 제의와 의자, 미사에 사용할 성작, 교황에게 줄 선물인 나전칠기 등을 공개했다. 이 중 교황의 제의는 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 소속 8명의 수녀가 4개월 동안 손으로 만든 것이다. 서울대교구가 미리 발표한 광화문 및 명동성당에서의 제의는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에서 제작했으며, 그 안에 받쳐입을 장백의는 강북구 삼양동 산동네 주민들이 만든 협동조합 솔샘일터에서 지은 것이다.
16일 광화문 시복식에서는 서울 성북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강지형(58)·김향신(56) 씨 가족이 한복을 입고 천주교 신자 대표해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예물을 봉헌할 예정이다. 이날 시복식 후 교황이 방문할 충북 음성 꽃동네에선 장애인 주민들이 직접 그린 교황의 초상화, 손이 없어 발가락으로 접은 종이학을 교황에게 선물한다. 교황에게 꽃다발을 전달할 사람도 두 팔이 없는 소녀로, 수녀의 도움을 받아 증정식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15일 대전에서 교황과 만남을 갖고 오는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한국사회의 대표적 갈등 사례의 당사자들인 쌍용차 해고자와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초청됐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