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태어나면서 어떻게 노래를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 새가 삶의 경험을 축적한 다음에 부르는 노래가 중요하다”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카라얀이 남긴 문장이다.
예술가는 99퍼센트의 재능을 타고 나야 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한 단체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그 역시 개인의 재능보다는 전체를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모니’ 그것은 어떤 구성에서건 완벽함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발표한 국립오페라단의 ‘오텔로’는 무대의 화려함과 놀라운 국내 테너의 기량을 보여주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선보였다. 오페라가 서양의 총체예술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수준 높은 공연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고,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이루어 낸 국립오페라단의 저력을 다시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연을 보는 내내 마음한켠이 편하지 않았던 것은 아무래도 국립오페라단이 아직 사령탑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8개월째 비어있는 자리를 신속히 채워야 하는 이유는 단장의 오랜 부재로 인해 전략적으로 추진해야하는 국립오페라단의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오페라단의 작품은 대부분의 작품이 대작이기 때문에, 제작규모 자체가 다른 공연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연출가와 오페라 가수를 섭외해야 하다 보니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아닌데, 대부분의 유명 성악가와 연출가들의 투어일정은 2년 정도 스케줄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자칫 행정업무가 지연되면 좋은 예술가를 놓치기 십상이다.
특히나 시즌공연의 캐스팅이나 프로그램이 허술하고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의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치게 되면, 오페라단의 공연을 손꼽아 기다린 관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어 전체적으로 단체가 신뢰를 잃게 될 수도 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단장의 부재는 더욱 큰 손실을 가져 올 수 있다.
전세계 오페라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이탈리아의 ‘스칼라 오페라단’, 역동적이고 진취적이며 시대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처하는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그리고 시즌 동안 쉬지 않고 매일 새로운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는 ‘빈 국립오페라단’과 같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오페라단은 숱한 역경을 치루며 그 역사와 전통 속에서 제각기 독자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필자는 한국 예술가들의 기량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 한치의 의심도 없다. 다만 이들의 빛나는 예술혼을 사장시키지 않고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더 견고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거친 환경에서 풍파를 이겨내며 숲을 이룬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그 가운데 나타났다 스러져간 수많은 예술가들의 부침(浮沈)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