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장점을 남들이 증명해줄때 자신감과 함께 멤버들을 응원하고픈 강한 동기를 얻는다.
벨기에의 한 공영방송국 감독이 2012년 제작해 DVD로 출시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제천국제음악제와 KBS를 통해 소개됐다.
영화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클래식음악은 유럽 음악인데 어떻게 한국의 젊은 음악인들이 이토록 잘하는 것인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 진출하는 한국인 숫자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더니 급기야 유럽인들을 제치고 석권하게 되자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해답을 영화에 담았다.
지난달 ‘한중일 차세대지도자 포럼’에 한국대표로 참석했을때 이 이슈가 거론됐다. 동북아 3국의 참가자들이 상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협력 기반을 조성하는 회의였다. 지금까지 홍정욱 ㈜헤럴드회장, 조윤선 정무수석 등이 한국대표로 참가했다. 공식 주제는 아니었지만 일본, 중국측 참가자들에게서 서양음악인 클래식음악에 대한 견해를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클래식음악의 강국이다. 시장 규모도 크다. 그런데 놀랍게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극소수의 음악가를 제외하면 자국 클래식 음악가에 대해서는 반응이 후하지 않다고 한다. 클래식음악이 유럽 음악이기에 일본인 스스로 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 음악가들에 대해서도 같은 시각이라고 한다. 전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들이기에 그럴 법도 하다.
중국도 비슷하다고 한다. 다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랑랑의 경우는 특별하다. 랑랑에 대해 중국인이 갖는 사랑과 지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랑랑 이펙트(Lang Lang Effect)’라는 표현이 일반화될 정도이다. 선양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피아노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큰 부를 이루었으니 중국이 한껏 신날 만하다. 랑랑처럼 되고자 4000만명이 넘는 중국 학생이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이 외 다수 중국 음악가는 일본의 처럼 여간해서는 주목 받지 못한다.
중국은 일본과 같이 전통공연이 활성화 되어 있고 두터운 관객층을 가지고 있다. 물과 기름같이 클래식음악 관객층과 나눠져서 좀처럼 섞이지 않는다고 한다. 전통공연에 대한 중국인의 자부심은 간혹 클래식음악을 서슴지 않고 배척하기도 했다. 십여년전 베를린 필하모닉이 아시아 투어로 북경에서 공연할 때 공연장 앞에 이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한다.
지난 십수년간 우리나라 클래식음악계가 눈에 띄게 발전했다. 공연의 횟수도 늘고 내용도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예술적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 우리도 한 때 해외에서 내한하는 연주자들을 무턱대고 높게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 음악가들을 선호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오히려 국내에 낯선 외국 연주자의 공연이 음악성과 상관없이 흥행하기가 힘들다. 이렇게 되기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있었겠지만 국제 콩쿠르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젊은 우리 음악가들의 역할이 꽤 컸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우리나라 클래식음악에 긴장과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이다.
전통공연 관람 붐 역시 심상치 않다.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젊은 관객층인데 이들은 클래식과 전통공연을 구분하지 않고 폭넓게 공연 문화 자체를 즐긴다.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 음악가에 열등감을 갖거나 클래식음악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은 것이다. 새삼스런 발견이다.
서구에서는 우리나라 클래식음악의 미래가 밝다는 이유로 젊은 관객을 꼽으며 무척 부러워한다. 이제부터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에겐 젊은 관객 뿐만 아니라 한국 클래식음악가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