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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종이 ‘치아 임플란트 1호’였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상한 치아를 뽑고 새로운 치아 보철물을 심는 일을 ‘치아 임플란트’라고 할 때 근대사 중 국내 최초의 시술 환자는 누구였을까? 고종이었다.

이는 ‘승정원일기’에 참여한 고전번역가 양경희씨가 이달말 내달초 발간예정인 한국고전번역원의 소식지 ‘고전사계’ 겨울호에서 기고한 글에서 전한 내용 중 하나다.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위원인 양씨는 ‘고종시대 승정원일기 번역에서 주운 몇 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선 고종대의 숨겨진 일화를 몇 편 전했다.

이에 따르면 고종은 홍합 속에 들어있는 돌을 잘못 씹어 이를 부러뜨렸다. ‘승정원일기’에 포함된 ‘비서원일기’의 고종 40년(1903년) 10월 3일 기록에 따르면 신하 이근명이 문안하며 고종의 부러진 치아에 대해 묻자 고종은 원래 썩은 치아가 돌을 씹다가 부러졌다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양씨는 이 사건의 전말을 ‘고종실록’ 40년 11월 15일 기록에서 찾아냈다. 궁중의 요리사(숙수)들이 생홍합을 깨끗하게 씻지 않아서 생긴 일이고, 신하들은 이들을 징역형에 처하라고 했지만 고종은 유배형으로 낮추었다. 


그 뒷얘기는 당시 한국을 찾았던 외국인선교사들이 만든 월간잡지 ‘더 코리아 리뷰’에서 등장한다. 1903년 11월호다. 당시 서울에 머물고 있는 미국인 치과의사 사우어스가 고종의 새로운 치아 보철을 해 넣게 됐다는 사실이다. 시술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고종은 크게 기뻐해 사우어스에게 사례했으며, 유배형에 처해졌던 숙수들도 용서를 해줬다고 한다.

‘승정원일기’는 조선시대에 왕명 출납을 담당했던 ‘승정원’에서 남긴 매일 매일의 기록이다. 승정원에서 출납한 일체의 문서와 임금을 수행하면서 일어나는 모든 언동을 빠뜨리지 않고 날짜별로 기록했다. 2001년 유네스코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고종시대의 승정원일기는 조선의 승정원일기와 갑오경장 시기의 승선원일기, 대한제국 시기의 궁내부일기, 비서감일기, 비서원일기, 규장각일기 등을 포함해 부르는 명칭이다.

양씨가 전한 승정원일기의 비화 중에서는 청나라 황준헌의 ‘조선책략’이 고종에 전해지고, 조정의 개화정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를 일부 유생들이 격렬하게 반대한 사건의 비화도 있다. 고종의 개화정책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린 한 유생에게 고종이 부대시처참, 즉 즉시사형이라는 형벌을 내렸다는 얘기다.

또, 양씨는 명성왕후 시해 사건이 아주 짤막하게 기록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 보부상 출신으로 금광부자였던 평민출신 재상 이용익의 이야기 등도 전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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