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라이프스타일섹션 에디터-
연초다. 사람들은 가족 생각을 많이 한다. 인지상정이다. 가정의 달 5월보다도 그 농도가 짙다. 한 살 더 먹으면서 보다 애틋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가족. ‘FㆍAㆍMㆍIㆍLㆍY‘. 이렇게 쓰고, ‘Father And Mother, I Love You’라고 풀어 쓰는 사람들이 있다. 참 기발하다. ’F’(Father, 아버지)가 앞에 놓인 건 천만다행이다.
영국문화협회(British Council)가 비(非)영어권 104개국, 4만여 명에게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는?” 1위는 ‘Mother’(어머니)였다. ‘Father’는 2위를 못했다. 2~5위는 ‘Passion’(열정), ‘Smile’(미소), ‘Love’(사랑), ‘Eternity’(영원)였다. ‘Father’는 톱10에도 못 들었다. 그러고는 속절없이 밀려났다. 70위까지 조사했는데 순위에 없었다. 인간에게 최대의 난제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다. 아버지의 추락은 참 의외이고, 당황스럽다.
‘M’(Mother)을 앞세운 ‘MㆍAㆍFㆍIㆍLㆍY’(매필리)가 지금의 ‘FㆍAㆍMㆍIㆍLㆍY’(패밀리) 자리에 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은 그래서 들었다.
아버지 얘기를 하려다 서두가 길어졌다. 지난해부터 문화계 흥행 코드는 ‘아버지’다. 영화에서는 ‘명량’, ‘인터스텔라’에 이어 ‘국제시장’이 아버지를 무대중심으로 이끌었다. ‘국제시장’은 1000만 관객 대열에 합류했다. 출판에서는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장기집권중이다. 이제 막 시작한 미술전시회 ‘이중섭의 사랑, 가족’도 아버지 내음이 짙다.
어머니 코드가 주는 슬픔은 잽이고 스트레이트다. 잔잔하되, 가슴에 곧바로 와서 꽂힌다. 아버지 코드가 주는 슬픔은 훅이고 어퍼컷이다. 궤적을 그리며 돌아서 들어오지만, 묵직하게 얹힌다. 속으로 삼키고 삼켰던 슬픔이 봇물 터지듯 전달되는 탓일 게다.
재작년 아버지 칠순 잔치 때 편지를 읽어 드리며 눈물을 쏟았다. 지금 내 나이쯤의 아버지를 졸졸 따라 다녔던 추억이 아련했다. 아버지가 짊어졌던 어깨 위의 무게감이 그 때서야 어렴풋하게나마 느껴졌다. 영문을 모르는 어린 아들녀석은 편지 읽으며 우는 아빠를 보고 그저 멀뚱멀뚱했다.
아버지. ‘FㆍAㆍTㆍHㆍEㆍR’. 이렇게 쓰고, ‘Fantastic(환상적), Aqua(물), Tranquility(평온), Hope(희망), Eternity(영원), Rainbow(무지개)‘라고 풀어 쓰고 싶다. 각각 아름다운 영어단어 순위 6위, 36위, 10위, 18위, 5위, 20위에 오른 단어들이다. 아버지 당신은 이런 존재다. 세상의 아버지들은 어깨 펴고 외쳐도 된다. “나는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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