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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세계사] 포도주를 밀어낸 커피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커피, 왜 ‘악마의 음료’로 불렸을까> 13일자 기사 후속편입니다. 이슬람 커피가 처음으로 유럽에 퍼진 사연은 바로 내일 이어집니다.

# 커피 금지령 때문에 술렁이는 메카. 그런데 카이로의 술탄은 이 모든 사태가 당황스럽습니다. 그 자신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었는데 자기가 임명한 카히르-벡 총독이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다니요. 세계의 중심인 메카에서, 그것도 신성한 『코란』을 운운하면서 말입니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는 카이로 남성들

술탄은 그에게 커피금지 조치를 철회하라고 권유합니다. 『코란』을 아무리 찾아봐도 커피를 마시면 안 될 이유는 없다는 거였죠. 메카에서 싸움이 벌어져선 안 된다는 명분도 있었고요. 그런데 말이 권유지 사실은 명령입니다. 술탄은 임명권한을 쥐고 있는 최고 인사권자니까요.

# 술탄의 말 한마디에 모든 사태가 180도 바뀝니다. 카히르-벡 총독의 권위는 땅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총독이 힘을 잃었다’는 소식은 먼 길을 가느라 지친 낙타에 실려 고향으로 돌아가는 순례자들의 행렬에 실려 모든 이슬람 지역에 알려집니다. 아프가니스탄, 페르시아,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시리아, 소아시아에서 반짝이는 커피 콩에 깃든 ‘깨어 있음’은 더 이상 벌을 받지 않게 된 거죠.

그리고 커피의 의미는 이전보다 커지기 시작합니다. 커피는 전사들의 피로감을 덜어주고 철학자들의 정신을 맑게 해주는 ‘국민 음식’으로 거듭나거든요. 빵과 물과 같이 말입니다. 

게다가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커피를 여성들도 마시기 시작합니다. 커피가 출산을 도와준다고 생각했어요. 덧붙이면 커피 때문에 법도 바뀐답니다. 그 당시 남편들은 아내가 커피 마시는 걸 싫어했는데, 이건 이혼의 적법한 사유가 되었죠.

콘스탄티노플의 커피숍

이슬람 커피는 기독교가 성행하는 콘스탄티노플로도 퍼집니다. 아니, 퍼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포도주를 밀어내 버리죠. 커피를 맛본 사람은 누구나 커피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이슬람 최강의 전사가 된 ‘검은 커피콩’. 이슬람과 콘스탄티노플을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된 이유입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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