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허핑턴포스트저팬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루키는 ‘무라카미씨의 거처’라는 제목의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5일부터 세계독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을 하는 형식의 이벤트를 오는 31일까지 진행중이다.
하루키가 온라인을 매개로 독자와 대화하는 것은 2006년 이후 9년 만이다.
개통 나흘 만에 1만여건이 넘는 질문이 들어왔고 하루키는 특유의 철학이 묻어나는 답변을 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여성은 하루키에게 여성의 사회 진출을 장려하는 내용을 담은 아베 정부의 ‘여성이 빛나는 일본’ 정책을 언급하며 “나는 병 때문에 마음대로 일도 못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아이도 낳지 못하고 있다. 빛나기가 참 어렵다”는 하소연을 올렸다.
이에 대한 하루키의 답변은 이렇다.
“제 주변의 ‘빛나는 여성’들은 모두 아베를 향해 ‘너 따위에게서 일일이 빛나라는 식의 말을 듣고 싶지 않네요’라고 합니다.
이는 쓸데없는 간섭입니다. 특별히 빛나지 않아도 좋으니 여성들이 평범하게, 공평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되는 겁니다. 우리 사무실은 예전부터 전원이 여자였습니다. 남자라고 하는 존재는, 제가 하는 일에선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대체로 여성들도 할 수 있고요.”
“저도 (무라카미씨처럼) 와세다대에 들어가고 싶어요”라는 상담에는 “제가 대학을 다닐 땐 이런저런 사정으로 술 마시고, 마작만 하는 생활이었습니다. 그래도 작가가 돼 글을 쓰고 번역도 합니다. 대학이라는 델 가든지 안 가든지 (미래는)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지기 마련입니다”라고 했다.
결혼 8년차에 아이가 없어 고민이라는 한 44세 회사원 남성은 “아이가 없는 인생이라는 건 어떤 건가요?”라는 질문을 올렸다.
자식을 낳지 않고 아내와 함께 고양이만 키우며 살아온 하루키가 단 답변은 “‘인생을 살아간다’는 작업의 퀄리티가 자식의 유무에 따라 좌우되지는 않습니다. 작업의 방향성이 조금 바뀔 뿐입니다.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은 그저 언제가 됐든 성실하게 삶의 퀄리티를 높여가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판당하는 것이 두렵다”는 한 독자에게 하루키는 이런 답글을 달았다. “비판받거나 미움받는 것은 늘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비판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스팅의 노래 중에도 ‘나는 합법적인 이방인’이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그 말처럼 인간은 모두 기본적으로 고독한 존재입니다.”
한편 이번 독자와의 대화에 대해 하루키는 “받은 메일의 모든 답장은 꼭 내 손으로 쓴다”며, “보조나 편집자가 적당히 쓰고 서명만 하는 식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몸이 하나밖에 없어서 다 답장을 쓰지는 못할 것”이라고 미리 양해를 구한 뒤, “‘답장이 안 왔다”며 실망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제발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하루키는 질문은 어디까지나 자유로운 발언의 장이라 쓰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 써도 되지만 “가능하면 서로 잘 지내고 싶다“는게 자신의 기본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신쵸사는 질문하기 사이트의 질문을 1200자 내로 제한하고 궁금한 것, 상담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장소 등 몇가지로 분류해 받기로 했다. 또 차후 책으로 출간 계획도 밝혔다. 질문에 앞서 질문자는 인적 사항을 적어넣어야 한다.
하루키는 1990년대에도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 ‘무라카미아사히도(村上朝日堂)’를 통해 독자들과 교류한바 있다.
그는 지난 2002년 소설 ‘해변의 카프카’ 출간 당시에도 한시적 웹사이트를 운영해 전세계 독자들의 질문에 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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