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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맙고, 사랑하고, 미안한 마음…국민들 같이 울고 웃었다
왜 ‘가족’인가…영화관에서·안방극장에서·서점가에서 키워드 자리매김
불황 여파로 가족에 의지 개인심리 커져
‘가족끼리 왜 이래’마지막회 시청률 43%
“영화 ‘국제시장’역대 흥행순위 2위 돌풍

“공익광고선 유튜브 조회수 540만 달해
“서점가도 후끈…가족소통 중요성 강조
“부모·자식세대 함께 현실적 희망 얘기”



#1. “가족들 중 어느 누구도 알게 하면 안돼, 그냥 다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웃고 지냈으면 좋겠다”

아버지(유동근 분)는 병마 앞에서도 ‘가족’을 먼저 걱정했다. KBS2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가 15일 끝났다. 남녀노소를 TV 앞으로 모은 국민드라마다. 10가구 중 4~5가구가 마지막 회를 숨죽여 지켜봤다. 결국 아버지는 세상을 떴다. 1년 후 가족들은 각자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간다. 이 드라마 포스터에 붙은 문구는 ‘가족관계 회복 프로젝트’다.

#2. 서울 삼청동에서 열리고 있는 ‘이중섭의 사랑, 가족’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시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돼 관람객이 2만명을 돌파했다. 현대화랑은 이달 초 일찌감치 전시 연장을 결정했다. 당초 이달 22일까지에서 3월1일까지로 늘렸다. 이 전시가 던지는 메시지는 제목 그대로 ‘가족과 사랑’이다.

#3. 서점가에도 ‘가족’이 화두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족의 발견’, ‘가족의 초상’ 등이 최근 출간됐고, ‘이중섭 사랑, 가족’은 책으로도 나왔다. 이미 영화 ‘국제시장’으로 가족을 문화계 키워드로 등극시킨 작가 김호경은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 여행을 그린 소설 ‘카펜터의 위대한 여행’으로 다시 한번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안방 점령(드라마/영화/광고)=’가족끼리 왜 이래’는 마지막 회 시청률 43.1%를 기록하며 국민드라마 반열에 올랐다. 부모자식 세대가 같이 보며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자신의 얘기를 담아낸 강은경 작가는 “드라마를 보고 부모님에게 전화하고 싶다는 댓글을 본 것만으로 됐다. 소원성취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첫 방송된 KBS2 새 예능프로그램 ‘용감한 가족’도 키워드가 ‘가족’이다. 김광수PD는 제작설명회에서 “‘가족과 공감’이 기획의도”라고 천명했다.

앞서 방영된 ‘고맙다 아들아’(KBS2)는 입시지옥으로 내몰린 아이와 부모의 갈등을 다루며 단막극으로는 이례적인 시청률(9%)을 기록했다. 오는 20일에는 SBS에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특집극 ‘내일을 향해 뛰어라’가 방송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족이 해체되는 상황에서도 대중문화 콘텐츠는 가족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투영이고, 가족을 통해 현실적인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국제시장’은 ‘가족끼리 왜 이래’와 더불어 ‘가족’ 열풍의 쌍두마차다. 15일 현재 외화 ‘아바타’(1330만명)를 누르고 역대 흥행 순위 2위(1335만명, 1위인 명량은 1761만명)에 올랐다. 관객몰이는 아직 진행형이다. 부모 또는 자식을 동반한 관람객이 많았던 점이 이 영화의 ‘가족’ 코드를 말해준다. 영화계의 ‘가족’ 코드는 새해로 이어졌다. 새해 첫 날 개봉한 ‘허삼관’은 가난 속에서 더 탄탄해지는 가족애를 담았다. 중국의 원작소설 ‘허삼관 매혈기’와 달리 시대 배경을 들어내고 허삼관의 부성애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재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도 억지감동 없이 가정의 소중함을 그린 수작으로 평가 받는다. 관객들의 호응으로 재개봉한 점이 이채롭다.

삼성생명 공익광고 ‘당신에게 남은 시간’은 세 달여 만에 유투브 조회수가 540만에 달했다. ‘건강검진 결과 통보’ 방식을 활용한 이 광고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눈물 흘리게 만들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책방 꿈틀(책)=서점가는 이제‘가족’키워드에 본격 반응하고 있다. 사랑보다는 소통부재라는 측면에서 가족에 접근하는 흐름이 눈에 띈다. 소통과 이해, 배려, 공감을 통해 가족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길을 제시해 주는 책들이다.

최광현 한세대 교수(상담대학원 가족상담학과)는 최근 펴낸 저서 ‘가족의 발견’(부키)을 통해 가족이 의사소통에 서툴면 감정을 표출하지 못해 분노와 원망이 쌓이게 된다면서 가족들이 분노를 공감하고 이해해 주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이라고 제시한다.

스웨덴 작가 오사 게렌발의 그래픽 노블 ‘가족의 초상’(우리나비)은 소통의 부재가 가져온 가족의 파국을 그린다. 가족은 울타리가 돼야 하지만, 오히려 늪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함으로써 반어적으로 가족 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제시장‘, ’명량‘의 작가 김호경은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여행을 그린 소설 ‘카펜터의 위대한 여행’(새로운현재)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아버지 데이비드의 말은 울림이 깊다. “너에게 주고 싶은 게 아주 많다. 그 많은 것 중에 그래도 제일 주고 싶은 건 네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될 마음 같은 것들이다. 고마워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미안한 마음”

천재 화가 이중섭의 평전이자 서간집 ‘이중섭 사랑, 가족’(디자인하우스)은 헤어진 가족의 애틋함을 이중섭의 그림과 편지글로 담아냈다. 서울 삼청동 현대화랑에서 이달 초 개막한 같은 이름의 전시가 문전성시를 이룬 가운데 책으로도 나왔다.

이윤미ㆍ이혜미ㆍ고승희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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