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약초와 식물, 동물을 설명하는 원리는 ‘운동성의 기억’이다. 생명체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별한 성분을 내거나 변화시키는데 이런 과정이 약리성분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가령 인삼 1000뿌리가 산삼 1뿌리를 못 당하는 이유는 성분은 같지만 높은 산 척박한 땅에서 눈비를 맞으며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수십번 보낸 노력과 기억이 몸속에 재현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의 경우, 한의학에서 보는 ‘내 몸에 좋은 물’은 나에게 부족한 에너지, 운동성, 기억을 머금은 물이다. ‘동의보감’에선 시간과 공간, 운동성에 따라 물을 구분했다, 1년 중 언제, 하루 중 언제 물을 떴느냐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령 물은 시간의 기억에 따라 효능이 다르다.
정화수는 새벽에 처음 길은 물이다.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은 새벽의 물은 가장 무겁다. 이런 무거운 힘을 기억해 머리, 얼굴, 눈, 입에 뜬 열을 아래로 눌러 내려 보낸다. 입 냄새를 없애고 얼굴색을 좋게 하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하는데 가장 좋은 물이다.
납설무는 섣달 납향에 내린 눈이 녹은 물이다. 뼈에 사무치는 추위를 물은 기억하고 있다. 이런 차가운 에너지로 급성 전염병, 술로 인한 고열, 황달, 각종 독을 풀어준다.
춘우수는 정월에 처음 온 빗물이다.춘우수는 솟아오르는 봄 기운을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위장 기운이 약해서 소화가 안되고 입맛없는 춘곤증을 치료한다. 또한 양기가 부족해 임신이 안되는 부부의 경우, 정월 빗물을 부부가 한잔씩 마시고 사랑을 하면 자식을 갖게 된다는 신효한 물로 전해진다.
추로수는 가을이슬. 만물이 가라앉는 계절인 가을의 에너지를 기억하고 있기때문에 정신을 안정시키고 피부의 충을 제거해준다.
그렇다면 내 몸에 딱 맞는 물은 어떻게 찾을까.
혈액순환이 안돼 손발이 차다면 온천이나 열탕에 몸을 담그는 것이 좋고, 급성, 복통인데 토하거나 설사하지 못하는 위급상황이라면 급히 생숙탕을 만들어 마셔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소변이 시원치 않다면 상류의 물보다는 하류의 물, 혹은 멈춰있지 않고 계속 흐르는 물을 골라 마셔야 한다.
간, 위장 등 몸에 독이 많아 해독이 필요한 경우, 지장(황토물)을 마시고, 피부병이 있다면 온천이나 해수욕 또는 집에서 고농도 죽염수를 만들어 목욕하는 것이 좋다. 옥으로 만든 잔에 담아둔 물을 마시면 피부와 모발에 윤기가 난다. 봄에 춘곤증을 겪는다면
춘우수를 마셔야 한다. 봄기운을 받은 약수터 물, 봄철에 나오는 고로쇠약수, 자작나무약수 등이 좋다.늘 머리와 눈이 맑지 않다면 이른 새벽 약수터에서 뜬 정화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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