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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불혹의 나이에 창업한 中슈퍼리치의 성공비결은…
류촨즈
수많은 위기극복 PC제조기업 우뚝
“전진 못하면 퇴보하다 사멸” 강조

런정페이
주민아파트서 창업…통신장비 개발
“하루도 쉬지않고 실패 생각”담금질

레이쥔
프로그램개발·사업 숱한 실패 극복
“모방과 혁신” 저가폰 출시 대성공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세계 2위 통신장비회사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 세계 최대 PC 제조기업 레노버 설립자 류촨즈,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샤오미의 레이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이들의 20대는 기업 성공신화의 앞줄에서 빠져 있다. 격동의 시기, 위험을 무릅쓰고 주류사회에서 벗어나 창업이란 모험을 감행한 이들의 나이는 40세의 불혹을 넘긴 뒤였다.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였지만 그렇다고 길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자본주기 초기 낮은 사회적 인식, 자금난, 낙후된 기술과 인재 부족 등은 이들을 늘 따라다녔다. 여러 번의 실패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숱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불도저처럼 뚫고 나가 부의 제국을 일궈낸 이들의 창업스토리는 20대의 창업 못잖게 뜨겁다. 


▶실패를 달고 다녔다. 포기없는 기업가 정신=1984년 류촨즈(72)의 창업은 그야말로 새로운 길 내기나 다름없었다. 중국은 1978년 시장중심의 개혁개방을 내세웠지만 여전히 엄격한 계획경제 아래서 움직이고 있었다. 더욱이 80년대 초만 해도 기업인은 ‘사기꾼’이란 인상이 짙었고 지식인들은 돈버는 일을 천하게 여겼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류촨즈는 중년의 나이인 41세에 험한 길을 택했다. 서안 군사전자전문학교 재학시절 레이더 연구로 컴퓨터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은 그는 졸업 후 국방위원회 연구원으로 사회에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의 영향으로 시골농장을 전전하던 그는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9년에서야 중국과학원 컴퓨터 기술연구소에 연구원으로 발령받게 된다. 류촨즈가 사업구상을 하게 된 건 과학원의 지원금 부족 때문이었다. 사업 구상이 받아들여져 류촨즈는 1984년 연구소 경비초소로 쓰던 7평 벽돌건물에서 11명의 동료와 함께 중국과학원이 지원해준 창업자금 20만위안(한화 3600만원)으로 레노버 전신인 롄상(聯想) 설립하게 된다. 그는 우선 과학원의 IBM컴퓨터 500대를 사들여 컴퓨터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1985년 300만 위안, 1986년 1800만 위안, 1987년 7000만 위안의 매출을 올리며 초고속 성장을 구가했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와 기업경영에 관한 기초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실패도 잇따랐다. 컬러 TV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자 류촨즈는 자신의 공장에서 컬러 TV를 대량 구매해 적당한 이윤을 붙여 팔기 시작했으나 판매가격에 세금을 포함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후에 세금을 제하고 나니 엄청난 손실이 따랐다. 그는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무, 배추 같은 채소를 사와 직접 판매하기도 하고 롤러브레이드와 전자시계까지 팔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87년에는 300만 위안을 사기당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중국 정부의 관세 인하조치로 미국산 컴퓨터가 대량으로 밀려 들어와 큰 위기를 맞는 등 참담했지만 잇단 실패는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1987년 정부의 지원금으로 IBM 중국판매를 시작한 류촨즈는 2005년 IBM을 인수, 세계적인 PC제조기업으로 발돋움한다.

런정페이(72)는 충칭토목공학대 재학 중 문화혁명으로 학교가 문을 닫은 와중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컴퓨터, 디지털 기술, 자동제어 등 기술관련 분야를 독학했다. 친구들은 왜 그런 쓸데없는 걸 배우느냐고 조롱했지만 당시 익혔던 기술분야의 지식들이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의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런정페이는 1974년 인민해방군에서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건축병으로 일하다 군사통신 시스템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통신관련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제대 후 선전 남해석유조달센터에서 4년간 근무하던 그는 안전한 일자리를 마다하고 1987년 44세 나이에 선전의 한 주민아파트에서 창업자본금 2만1000위안(37만원)으로 지인 5명과 함께 화웨이를 창업했다. 이미 사업에 손을 대 실패한 경험까지 갖고 있던 그였다. 통신장비 대리상으로 시작한 화웨이는 이후 한 낡은 작업장을 빌려 자체 통신장비 개발에 착수한다. 초기 기술은 초라했지만 런정페이는 제조업체 1위의 큰 꿈을 품었다.


‘저가폰 돌풍’의 주역, 샤오미의 레이쥔(45) 역시 늦은 나이에 좋은 대우를 마다하고 주류사회를 떠난 돈키호테였다. 1987년 우한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시절 프로그래밍으로 독보적인 이력을 쌓았다. 1학년 때 파스칼(PASCAL) 언어로 짠 프로그래밍이 이듬해 1학년 교재에 실렸을 정도. 2년 만에 대학졸업에 필요한 과정을 모두 마친 그는 재학 중에 상용백신 프로그램 ‘면역90’을 개발했지만 푼돈밖에 만지지 못했다. 다시 창업에 도전해 왕촨궈, 리루슝과 함께 ‘싼써’(三色)라는 회사를 설립, 중국어 입력 시스템인 진산 한카를 모방한 제품을 내놓았으나 이 회사도 오래 가지 못하고 망했다. 숱한 실패 이후 1992년 대학 졸업 이듬해 레이쥔은 킹소프트에 둥지를 튼다. 2007년 상장까지 킹소프트를 키운 그는 빛나는 업적을 뒤로하고 킹소프트를 떠났다. 그의 창업에의 오랜 꿈은 마흔두살이던 2010년에서야 이뤄진다.

▶늑대문화, 잉어론 등 독특한 기업문화=이들 기업의 성공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 독특한 기업문화다. 화웨이의 기업문화는 흔히 늑대문화로 얘기된다. 오로지 한 마리의 암컷과 사랑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포유류, 강한 상대를 선택하고 무리를 짓는 늑대의 특성을 화웨이에 적용한 것이다. 런정페이의 도전과 위기의식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런정페이는 “하루도 쉬지 않고 항상 실패만 생각했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해도 뿌듯함이나 성취감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자만했을 때 더 크게 넘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공포에 사로잡히곤 했다”며 늘 미래를 단단히 준비하는 데 힘을 쏟았다. 화웨이가 고속성장을 기록한 2001년, 모두들 화웨이에 봄이 찾아왔다고 노래했지만 정작 런정페이는 ‘월동준비’를 지시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위기의식은 화웨이가 연구개발에 쏟아붓는 천문학적 숫자로 나타난다. 전세계 15만명의 직원 중 7만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2013년 기준 화웨이의 연구개발비는 307억위안. 한국 돈으로 5조4000억원이 넘는다. 화웨이 한 해 매출의 약 13%다.


레노버 회장 류촨즈의 ‘잉어론’은 모험과 도전의 다른 이름이다. 류촨즈는 중국 송대의 설화집 ‘태평광기’를 인용, 용문을 뛰어오르는 잉어론을 폈다. 황하 상류의 계곡인 용문에는 매년 봄 잉어들이 몰려와 격류를 거슬러 뛰어오르는 데 용문을 뛰어오른 잉어는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류촨즈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걸 용문을 뛰어오르는 모습에 비유했다. 용문을 향해 뛰어오르면 아무리 못해도 어린 용은 될 수 있지만 뛰어오르지 않으면 차츰 퇴보하다가 말라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곤 한다.

지난 4년간 보여준 샤오미의 성공 DNA는 모방과 혁신으로 요약된다. 공공연하게 ‘스티브 잡스 흉내내기’를 해온 레이쥔은 유통방식을 바꿔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저가폰 출시로 스마트폰 강자들을 한 방 먹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레이쥔의 다음 전략은 샤오미 생태계 건설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원격제어가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사물인터넷이 그가 꿈꾸는 세계다.

중소기업 4000만개, 이 중 매년 약 100만개가 문을 닫는 기업 평균수명 2.9년의 중국에서 창업 1세대의 역사가 어느덧 30년을 향해 가며 기업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1978년 개혁개방과 함께 민영기업이란 모험을 시작한 기업가들의 성공은 폭발적인 연쇄작용을 일으켜 젊은층의 창업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지금 중국의 ‘촹커(創客·혁신 창업자) 열풍’ 중심에는 용기와 기술 하나로 달려든 돈키호테의 DNA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도서: ‘화웨이의 위대한 늑대문화’(톈타오,우춘보 공저/이지은 역/스타리치북스), ‘류촨즈의 경영 혼魂 ’(린쥔 저/박주은 역/랜덤하우스코리아), 샤오미 쇼크, 레이쥔(천룬 지음, 이지역 역/보아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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