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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역사를 만드는 名士에겐 만년필이 있었다
동·서독총리, 통일조약 ‘몽블랑’으로 서명…다이아몬드·18K 파카 ‘듀오폴드…’ 4800만원
[헤럴드경제] 만년필 브랜드 파카가 지난해 창립 12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듀오폴드 자이언트 리미티드 에디션’은 전세계적으로 125개 세트만 제작됐다.

16개의 다이아몬드와 18k금으로 제작된 이 만년필 가격은 4800만원으로 국내에는 1세트가 수입돼 화제를 불러모았다. 필기구로서의 만년필 역할은 줄었지만 호사 취미로서 가치는 더 뛰는 양상이다. 종이와 잉크, 펜촉이 어우러지는 손맛은 디지털시대에 더욱 마니아층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만년필의 역사는 애장자들이 써나가는 스토리이기도 하다.


국내 창업 1세대 중 멋을 알았던 고 이병철 회장이 즐겨썼던 만년필은 프랑스제 워터맨이었다. 메모광에다 최고만을 고집했던 이 회장은 회고록에서 애지중지한 물품으로 워터맨 만년필을 꼽고 “취미란 사업이나 인생의 교재”라고 말했다. 12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파카 만년필은 긴 역사만큼이나 찬란한 애장자들의 리스트를 자랑한다. 특히 영국이 사랑하는 작가 코난 도일은 파카 만년필로 ‘셜록 홈즈’를 집필했으며, 작곡가 푸치니 역시 이 만년필로 오페라 ‘라 보엠’을 작곡했다.


파카 시리즈 중 듀오폴드는 전통적인 디자인을 고수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장식성을 더해 리뉴얼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파카 듀오폴드 오렌지는 1945년 2차 대전 태평양전쟁 일본 항복문서 조인식에 맥아더 장군이 이 만년필로 서명해 유명세를 탔다. 고급 만년필의 대명사인 독일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9는 정치 경제적 주요 문서에 종종 모습을 드러냈으며,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990년 10월 3일,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와 동독의 로타어 데메지에르 총리가 통일 조약에 서명할 때도 이 펜이 사용됐다.

이탈리아의 첫 펜, 몬테그라파 역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바사노에서 태어난 몬테그라파는 1차 세계대전 중 군사요충지였던 바사노와 초기 역사를 같이해 왔다. 전쟁 중 많은 병사들이 편지를 쓰기 위해 몬테그라파 ELMO펜을 사용했으며, 당시 자원 운전병이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존 도스 파소스 역시 이 펜으로 우아하고 힘찬 글을 써내려갔다. 보리스 옐친이 2000년 푸틴에게 자리를 넘겨주며 자신의 드래곤 펜을 선사한 건 유명한 일화다. 이는 권력의 이양을 뜻하는 제스처였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몬테그라파 엑스트라 1930으로 모든 서류에 사인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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