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필수 기자]지난 27일 박원순 서울시장 간담회가 있었다. 대상은 언론사 문화부장들. 조금 생뚱맞다. 서울시라면 사회부장이 더 맞을텐데. 박 시장은 “창조경제의 핵심은 문화예술”이라는 말로 이번 간담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라며 더 자주 하겠다고도 했다.
필자는 박 시장을 간접적으로(?) 서너 번 본 적 있다. 예전 포스코 출입 시절 당시 사외이사이던 박 시장, 그리고 헤럴드의 디자인포럼 행사에 참석했던 박 시장 등이다. 이번처럼 많은 얘기를 들어본 건 처음이다.
달변이었다. 어눌한 것 같으면서도 맥락과 논리에 허점이 거의 없었다. 허허실실 본인의 PR까지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은 노회하다. 이창학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본부장이 서울시의 문화관광정책을 총괄 설명했지만, 질문에 대한 답변의 대부분은 박 시장 몫이었다.
시장실 투어까지 1시간 반 가량 이어진 간담회에서 느낀 키워드는 ‘지하’, ‘십계명’, ‘서류파일’이다. ‘지하’는 간담회에서, 나머지 두 가지는 시장실 투어에서 건졌다.
‘지하’는 문화재 보전과 관련해 박 시장이 꺼내 들었다. 우선 종로구 공평동 조선시대 골목길 발굴 현장을 거론하면서다. 박 시장은 “서울은 문화재의 보고이며, 주로 지하 2~6미터 깊이에 문화재들이 많이 매몰돼 있다”면서 “이를 그대로 복원하고 지하보도화하면 도시의 명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신청사 맞은 편에 있는 국세청 남대문 별관 철거를 설명하면서도 ‘지하’를 얘기했다. 박 시장은 시 신청사에서 남대문 별관을 바라보면서 “저 건물을 헐고 공원화하면, 가려져 있는 예쁜 성공회성당 건물이 드러나 뷰(view)가 근사해진다”고 말했다. 또 “현재 영국 대사관 쪽에서 끊어진 덕수궁 돌담길이 앞으로 협의를 통해 연결되면 남대문 별관 부지와도 이어져 일대가 근사한 공간이 될 수 있다”면서 “시 신청사와 지하로 연결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십계명‘은 박 시장이 시 정책 전반을 설명하면서 자주 거론했다. 박 시장은 “나는 (열 가지로 정리한) ’십계명‘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쉽고, 빠르게 정리ㆍ전달할 수 있어서...”라고 했다. 도서 정책을 설명하면서도, 보도블록 정책을 설명하면서도 ’십계명‘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차트를 보여줬다.
’서류파일‘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박 시장 방에 들어가면 한눈에 들어온다. 방 벽을 빼곡하게 채운 서류파일들. 분량이 넘쳐 공간 일부를 가벽으로 분리하고 그 안 쪽에 또 서류파일용 책꽂이를 들여놨다. 서류파일에 붙은 이름은 서울시와 관련된 모든 정책들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 직원들이 훌륭하지만, 시장이 일일이 챙겨야 일이 진행된다”고 말했다.‘저 많은 파일에 내용물은 다 들어있는 건가?’ 속마음을 들킨 것일까. 박 시장은 “열어 봐도 된다”고 말했다. 본인도 박물관 정책, 한전 부지 인근 개발 정책 등등의 파일을 꺼내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여기저기 보이는 형광펜 흔적이 형식적인 서류가 아님을 말해준다.
결론. 박 시장은 참 열심히 일한다. 말과 행동에서 느껴진다. 기우(杞憂)일 수도 있는 우려는 든다. 만기친람(萬機親覽)형이라는 얘기가 종종 들리기 때문이다. 중간지점에서 접점을 잘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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