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 지인과의 자리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외출나온 지인은 ‘여기가 잘 나오겠네’ 셔터누르기에만 열중한다. 이쯤되면 유부녀 지인의 화려한 외출은 아기사진으로 도배된 카카오스토리에 ‘나도 여유롭게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촬영 일정같은 착각마저든다.
하지만 최근에는 ‘좋아요’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서점에서 ‘미움받을 용기’를 꺼내들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미움받을 용기’는 지난해 11월 출간 후 꾸준히 인기를 누리다 3월 1주(2월 26일~3월 4일) 순위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미움받을 용기’ 열풍이 일면서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ㆍ1870~1937)도 주목받아 올해 아들러 관련 책이 5∼6권 나오는 등 ‘아들러 신드롬’이 탄력받고 있다.
남들의 인정으로 만족하는 ‘좋아요’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싫어요’를 받아들이는 ‘용기’ 를 선택할 것인가, 요즘 대중은 그 고민에 빠진 듯 싶다.
‘좋아요’에 꼬박꼬박 충성을 바친 대중은 어느새 ‘좋아요’ 피로에 지쳐있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퍼거슨 감독의 말에 동조라도 하듯이 SNS 탈퇴가 줄을 잇고 있다.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SNS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42.9%)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여기에 애인 선물올리기 등 ‘과시형 콘텐츠’가 가장 싫어하는 SNS글(35.5%)이라고 불평하기도 한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이같은 미래의 ‘SNS 피로’를 이미 알고 있었을까.
아들러에 따르면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자 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인정만을 갈구하기에 자기 삶을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아가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형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렸던 아들러는 인간의 성욕에 주목한 프로이트와는 달리 ‘열등감’을 하나의 주요한 행동의 동기로 보았다. 그는 ‘남과의 비교’에서 발생된 열등감에서 벗어나 ‘내가 바라는 이상’과 현실의 나를 비교하라고 조언한다. 끝없이 올라오는 SNS ‘과시형’ 글과 자신을 비교하며 피로해진 현대인들이 아들러 심리에 주목하는 부분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은 유난히 남을 의식하고 비교하는 성취지향적인 사회다. 그런 사회 속에서 열등감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라는 아들러의 심리학이 재조명 받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라고 설명한다.
책 ‘미움받을 용기’ 에 등장하는 철학자는 “‘나에게’ 집착하는 사람은 모두 자기 중심적일세. ‘자기에 대한 집착’을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거라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듣던 청년은 “하핫. 경악스러운 발언을 하시는 군요~!”라며 격한 반응을 보인다. 마치 SNS ‘좋아요’ 숫자로만 자신의 존재를 느끼려는 일부 ‘피로 현대인’의 반응처럼 들린다.
철학자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나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은 내 과제야. ‘나를 싫어하느냐 마느냐’하는 것은 타인의 과제이고, 자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자네의 과제가 아니라는 거지..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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