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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이종덕]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
서울예술단 단장으로 일을 하던 80년대 후반, 예술단을 이끌고 지방공연을 다니는 일이 잦았다. 그 당시 지방을 갈 때마다 느낀 것이 지방의 공연장들은 서울과 다르게 시설이 낙후돼 있고, 문화수준의 격차도 심하다는 점이었다.

“서울과 지방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만하다 1995년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만든 것이 전국 22개 문화예술회관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한문연’이었다. 발족 이후 한문연은 전국 문예회관 간 교류를 통해 서울과 지방간 문화격차를 줄이고 고른 문화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전국의 문예회관들에 다양한 지원을 해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한문연은 현재 예산 250억원 규모의 187개 회원사를 거느린 기관이 됐다.

얼마 전 “공연시설 매출액이 2013년 사상 처음으로 4000억원을 넘어섰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공연예술실태조사’에 관한 기사가 꽤 화제였다. 대중들의 문화활동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각 지자체별로 문예회관을 짓고, 한문연과 같은 문예회관을 비롯한 공연단체들을 지원하는 기관들도 많아지면서 문화시설인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확충됐음을 반증하는 기사였다.

하지만 그것을 채우는 소프트웨어는 어떠한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문화예술 분야는 늘 ‘전문성’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문예회관이란 공연을 올리고 내리는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는 곳이기에 늘 전문성이 요구되는 곳이고,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문예회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공무원으로 채워져 있는 곳이 많다.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 인력이 모여 일을 해야 할 곳에 각 지자체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주도권을 가지고 일을 하니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전문성을 가진 인력, 즉 ‘휴먼웨어’를 갖추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모든 시스템을 지방자치단체 운영 기준에 맞추다 보니 문예회관 자체의 전문성을 기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특히 서울보다 지방으로 갈수록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부족하고, 공연장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적 시스템이 반복되면서 문예회관 운영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곳들이 많다.

하드웨어는 충분히 갖추었지만 그것을 채우는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20년 전과 다를 바 없는 것이 한국 문화예술계 현주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문예회관 운영을 주관하는 공공기관 구성원들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깨어 있는 의식과 문예회관의 전문성을 고려한 행정적 시스템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와 같은 시스템이 현장에서 잘 갖춰지고, 실천가능하도록 하는 국가 차원에서의 행정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ㆍ행정자치부ㆍ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합의해 정책을 만들고, 이를 실행할 각 지방자치단체장의 책임과 역할도 중요하다.

하드웨어를 보완해줄 시스템이 부재하고,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컨트롤 타워도 부재한 현실을 생각하면 때때로 가슴이 막막해져온다. 언제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장의 봄’이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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