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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민낯]“문벌은 상관없다”…학문깊은 신하에 애정보인 영조
한국고전번역원과 함께 읽는 승정원일기 <8>
수령은 임금을 대신하여 백성을 다스리는 중대한 임무를 맡은 지방관이다. 임금은 이들이 부임하는 지방으로 떠나기 전에 하직 인사를 받았다. 그 절차를 살펴보면, 수령이 임금 앞에 나와서 소회(所懷)와 이력(履歷)을 말하고 나서 수령칠사(守令七事)를 외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령칠사란 힘써야 할 일곱 가지 일로, 농상(農桑)을 진흥시키고, 호구를 늘리고, 학교를 일으키고, 군정(軍政)을 잘 다스리고, 부역을 고르게 하고, 사송(詞訟)을 간결하게 하고, 간활함이 없어지게 하는 것을 말한다.

1725년(영조 1) 2월 19일, 영조가 창경궁 시민당에서 하직하는 수령들을 만났다. 그 가운데 회덕 현감 이간의 이력을 듣고 그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영조 : 어느 집안의 자손이고 누구에게서 학업을 전수받았는가?

이간 : 신의 문벌은 단출하고 보잘 것 없습니다. 신의 아비는 진사이고 신의 할아비는 무관으로 곤수(帥)를 지냈으니, 이렇다 하게 아뢸 만한 것이 없습니다.

영조:문벌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간:신이 본래 재주가 없어 배워 터득한 것은 없으나, 일찍이 선정신(先正臣) 권상하를 추종해 섬겨 그의 문하에서 학업을 배웠습니다.

영조:선정에게서 학업을 배웠으니 연원도 좋구나. …… 지금 진강할 사람을 얻기가 몹시 어려우니, 조만간 올라와 함께 강론하여 내게 부족한 것을 보충해 주기를 바란다.



문벌이 별 볼 일 없다고 하자, 영조는 “문벌이 무슨 상관이겠느냐?”라고 답할 정도로 이간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지방관으로 내려갔다가 조만간 내직으로 올라와 함께 강론하며 자신을 도울 것을 당부한다. 임금이 산림 출신으로 학문이 깊은 신하를 대하는 태도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하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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