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으로 잘 알려진 노벨문학상작가 귄터 그라스가 13일 북부독일 루벡의 한 요양병원에서 타계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향년 87세. 시대의 지성, 행동하는 작가로 잘 알려진 귄터 그라스는 독일 전후 문학을 재건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나치 친위대 복무 이력은 내내 논란을 일으켰다. 그라스의 평생의 문학적 주제와 정치활동의 중심은 전쟁의 고발과 평화였다. 그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양철북’을 비롯, ‘고양이와 쥐’, ‘개들의 시절’ 등 단치히 3부작은 전쟁의 공포, 독일사회의 죄의식, 나치 광기를 특유의 비유적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달팽이의 일기’, ‘암쥐’, ‘무당개구리의 울음’, ‘광야’ 등 그의 많은 작품들 역시 현실의 부조리를 드러내는데 집중돼 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그는 황석영과 김지하 등이 구속됐을 때 국제 연대를 통해 석방 운동을 주도했다. 2004년에는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두율 교수 석방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옳은 것임을 우리가 알고 또 옳음이 증명된 것을 앵무새처럼 계속 반복해 말해야 한다”고 평소 강조해온 그를 2005년 독일국민들은 ‘현존하는 독일인 중 최고의 인물’로 뽑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