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수한의 리썰웨펀] 트럼프가 주한미군 방위비 못 올리는 이유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과 미국의 국방정책 변화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트럼프가 대선 과정에서 언급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분담금 인상 안 할 경우 주한미군 철수,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 용인 등이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한국 국방정책을 송두리째 뒤흔들 메가톤급 발언으로 여겨졌지만, 미 대선이 진행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미 공화당 싱크탱크 측이 트럼프 후보의 발언 중 논란이 될 만한 부분에 대해 자체 정화작업을 벌였기 때문. 논란이 될 만한 사안 다수는 공화당의 주요 정강정책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9일 “트럼프 당선자가 올 상반기 주한미군 주둔비용, 주한미군 철수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언급한 적은 있지만, 지난 7월 나온 미 공화당의 정강정책에는 대부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한때 대중들에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 다수가 공화당 내부에서 재검토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의 미군 주둔 비용 인상안은 공화당 정강정책에 반영돼 있지만, 주한미군 주둔비용 관련 내용은 들어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실시된 미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이러한 공화당 내부의 변화 움직임은 미국 스스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상대적으로 많이 부담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난 1일(미 현지시간)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아메리칸액션포럼(AAF)은 미국이 주한미군 덕분에 오히려 방위비를 절약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펴내 화제가 됐다.

AAF의 ‘동맹국 방위비 분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군 주둔 비용의 41%인 7억7500만달러를 부담하고, 나머지 59%인 11억 달러는 미국이 부담한다.

미군 주둔 비용과 관련해 일본은 주둔 비용의 50%인 20억 달러, 독일은 18%인 9억700만달러를 각기 부담하고 있다.

아울러 AAF 보고서는 또한 한국, 일본, 독일 3국에서 모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이 다른 대안보다 미국 입장에서 비용이 절감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만약 미군이 일본에 항공모함 기지를 배치하지 않으면 더 많은 항공모함 전투군을 투입해야 하고, 해당 비용이 5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4월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한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도 당시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상당히 부담하고 있다”며 “미군이 미국에 주둔하는 것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보다 절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지난 4월 기자들과 만나 “방위비 분담금은 우리도 매년 9000억원 넘게 분담하고 있는데 이건 일본에 비해서도 GDP 대비 부담률이 더 높은 것”이라며 “미국도 (이런 부분을) 충분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의 GDP는 약 1조4043억달러로 규모 면에서 세계 11위다. 일본 GDP는 약 4조7303억달러로 세계 3위, 독일 GDP는 약 3조4948억달러로 세계 4위다.

GDP 대비 방위비 분담율은 각각 한국이 0.05%, 일본은 0.04%, 독일은 0.025%다. 한국이 GDP 대비 분담율은 제일 높은 셈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미 정부는 지난 2014년 6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통해 2014년 방위비 분담금을 약 9200억원으로 정하고, 2019년 6월까지 5년간 매년 4%를 넘지 않는 선에서 증액하기로 했다. 2019년 6월 이후 분담금은 한미 정부가 다시 협의해 정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내년 취임하는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굳이 인상하려 해도 임기 3년차를 맞는 2019년에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장관 발언 약 한 달여 뒤인 지난 5월에는 제럴드 커티스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가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집권하더라도 법으로 규정된 행정 절차를 지켜야 하고, 부처 내부의 의견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강경책을 펼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행정부는 의회 승인을 받아야하고 국무부, 국방부 등이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견제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온건한 정책을 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인 에드 로이스 미 의원(공화당, 캘리포니아)도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한국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한미군은 법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이 원하는 한 주한미군 주둔은 지속될 것이며 이것이 저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