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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언론 "WTO 위반 소지·韓기업 일본이탈 우려" 연일 비판
- 니혼게이자이신문, 전문가 견해 싣고 비판 이어가
- 日경제동우회 “한일관계 조속 정상화” 기자회견도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등 3개 품목 수출 규제와 관련해 일본 언론은 연이어 비판기사를 게재하고 오는 4일 본격 시행되는 수출 규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3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게재된 '對韓 수출 규제' 전문가 견해 기사.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날 사설을 통해서도 "경제보복을 자제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캡처]

일본의 대표적 중립언론이자 경제전문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대한(對韓) 수출규제에 대한 학계와 산업계, 재계 전문가의 견해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이번 정부의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의 위반 소지가 있으며 한국 기업의 일본 이탈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국제경제법 전문가인 후쿠나 유카(福永有夏)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다른 나라에 정책변경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무역 조치를 쓰는 것은 미국과 같다"며 "(미국의 정책을) 비판해야 하는 일본이 비슷한 일을 해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일본의 조치가 WTO 위반 소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후쿠나 교수는 "WTO 협정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회원국을 대상으로 관세 등에 따르지 않는 수출입 물량 제한을 금지하고 있는 것(GATT 제 11조)"이라며 "이번 조치처럼 수출입 허가만을 엄격히 하는 것이라면 11조에 위반된다 할 수 없지만, 허가 신청을 했음에도 수출 허가가 나지 않거나 수출이 실제로 제한되는 것 같은 일이 발생하면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WTO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확실히 무역 제한은 안보상 필요할 경우 예외 조치로 정당화된다(21조)"며 "일본 정부는 '안보상 예외'로 정당화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21조는 안보를 명목으로 한 조치를 자유롭게 행사하라는 '프리핸드(자유재량권)'를 주는 것은 아니다"며 "정해진 조건에 따라 조치를 발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안보 상의 예외 규정을 남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미국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활용을 감시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발동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일본의 조치가) 현재 WTO 협정을 위반하거나 21조 예외 조치로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매우 '그레이(gray·회색)'한 조치"라며 "무엇보다도 정책실현을 위해 무역 조치를 이용하는 것은 일본이 지금까지 표방하고 있는, 또 보호주의가 만연한 국제경제 질서에서 일본이 주도해야 하는 '공정하고 차별없는 무역'과 '다자주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산업계에서는 한국 반도체 대기업의 일본 이탈을 우려했다.

무코야마 히데히코(向山英彦)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주임연구원은 "반도체는 한국 수출액의 20%를 차지하고, 일본은 반도체 장비 수출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3분의 1을 점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대부분 일본 기업에서 반도체 장비를 수입하고 있다. (이번 조치의) 영향력은 수출 허가 심사 소요시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재료 조달이 어려워지면 이를 계기로 한국 기업이 (거래처를) 외국업체로 갈아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기업의 반도체 생산에 영향을 주면 재료를 공급하는 일본 기업이 타격을 받는다"며 "공급망에 심각한 영향을 야기하는 본격적인 제재에 일본이 나설 것으로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국의 WTO 제소와 관련해서는 " WTO 규정 위반 여부를 놓고 일본과 한국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릴 것"이라며 "자칫 대항조치(보복조치)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최악의 시나리오에 빠지는 것을 피하고 신뢰 회복에 노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본 3대 경영자 단체 중 하나인 일본 경제동우회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경제관계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경제동우회 유투브 캡처]

한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일본상공회의소와 함께 일본내 '3대 경영자 단체' 중 하나인 일본경제동우회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관계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

쿠라다 신고(櫻田謙悟) 경제동우회 대표 간사(솜포 홀딩스 대표이사/CEO)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진지하게 받아들여 경제관계가 조속히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8월을 목표로 한 한국의 안보 우방 국가(화이트 국가) 취소와 관련해서는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실제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다시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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