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공장 가동 중단…만도 대규모 구조조정
- 가동률 하락에 구조조정 공포…부품사로 확산
- ‘중국발 쇼크’도 진행형·하반기 전망도 어두워
쌍용자동차 차체 라인 모습. [쌍용차 제공] |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한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 엔진'이 흔들리고 있다. 한·일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수출이 줄어든 데다 내수 판매를 이끌 전략 모델의 부재 탓이다. 공장 가동률 하락에 따른 구조조정 공포는 완성차 업체에서 이제 부품업체로 번지는 분위기다.
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현대·기아자동차를 제외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총 39만591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4만3486대)보다 11.93% 감소한 수치다.
노사 갈등으로 생산 절벽을 겪은 르노삼성(-31.9%)을 비롯해 내수 부진과 수출 침체에 직면한 대우버스(-13.7%), 타타대우(-5.9%), 한국지엠(-5.5%) 등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무게중심이 쏠린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차가 발표한 상반기 내수 판매는 38만411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35만43813대)보다 8.4% 증가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해외에서 7.6% 감소한 174만3498대를 팔았다.
기아차는 내수와 해외 판매 모두 지난해보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상반기 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26만7700대)보다 9.3% 줄어든 24만2870대를, 해외 판매는 0.8% 감소한 111만141대를 판매했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연합] |
'중국발(發) 쇼크'의 후폭풍이 여전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판매 대수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 이전인 2016년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지 완성차 브랜드의 저가 전략과 자국 기업에 집중된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중국 현지에서 각각 1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나, 판매 부진으로 가동률은 50~60% 수준"이라며 "라인업 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수요 부진이 겹쳐 단기간 가동률 회복이 쉽지 않아 추가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은 업계에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외 인도·터키 등 신흥시장의 경기 침체에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추가적인 변수도 배제할 수 없다.
완성차 업체에선 쌍용차가 가장 먼저 조치에 나섰다. 쌍용차는 이달 나흘(5·8·12·15일) 동안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재고 소진 차원에서다. 현재 쌍용차의 재고량은 적정 수준을 33% 초과한 6000대 수준으로 재고자산은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현재 티볼리와 렉스턴 스포츠 등 차종에 일본산 아이신 미션을 탑재하고 있지만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불이익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하반기 베리 뉴 티볼리 등 신차에 대한 다각적인 마케팅 활동과 본격적인 해외 론칭을 통해 글로벌 판매 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선적을 대기 중인 차량들. [현대차 제공] |
판매 부진은 부품업계의 생존도 위협하고 있다. 전날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는 임원 감축과 희망퇴직을 골자로 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공동 대표이사인 송범석 부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1일자로 사퇴했다. 통상 연말에 시행하던 희망퇴직은 5개월 앞당겨 이달 신청받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 국내외 판매를 견인할 신차가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관련 업체들은 고육지책을 택할 수밖에 없다"며 "표면상 드러나는 완성차의 실적 감소보다 부품업계의 타격이 큰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이후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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