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좁은 영토, 자원 한계 韓과 닮은꼴…기술개발·하이테크 산업으로 극복한 이스라엘 주목해야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최근 일본의 부품·소재 수출규제로 자국 기술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혁신과 하이테크 기술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해 양국간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주한이스라엘경제무역대표부와 함께 16일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 초청 한-이스라엘 경제포럼’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했다. 포럼에는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을 비롯 허창수 전경련 회장,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권영진 대구시장 등 양국에서 200여명이 참석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사진)은 개회사를 통해 “한국과 이스라엘은 상호보완적 산업구조를 가진 좋은 파트너”라며 “한국은 세계 수준의 제조업 기반을, 이스라엘은 의료바이오·정보통신·항공우주 등 하이테크 산업에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허 회장은 “현재 협상 진행중인 한-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경우 양국의 경제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스라엘은 좁은 영토와 부족한 천연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천기술 개발과 하이테크 산업에 집중해 세계 최초로 방울토마토, USB 플래시메모리, 메신저 프로그램, 인터넷 전화기술 등을 개발했다. 이스라엘은 역대 1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고용인력 1000명당 연구자 17.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12.8명)에 비해 기술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이날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통신 인프라인 ‘5G 기술’과 최근 국가 간 해킹 등 글로벌 리스크로 인해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사이버 보안’이 어젠다로 다뤄졌다. 최근 미중 통상갈등에 있어 통신기술과 보안이슈가 주요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양국은 신뢰 가능한 파트너로서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측에서는 SK텔레콤이 세계 최초 5G를 상용화한 한국의 기술경쟁력을 소개했다. 5G 통신기술은 기존 LTE보다 최대 20배 빠른 차세대 통신인프라로, 새로운 콘텐츠의 확산 뿐 아니라 타산업과 연계해 스마트팩토리, 융합보안,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을 가능케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스라엘 총리실 직속 국가사이버국 이갈 우나 국장이 연사로 나서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 환경에 대해 발표했다. 국가사이버국은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 컨트롤타워로서, 컴퓨터 긴급 구조팀(CERT)을 운영해 이스라엘에서 해킹이 의심될 경우 119로 전화해 정부의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세계 1위 사이버보안 기업인 ‘체크포인트’를 비롯해 세계 500대 사이버 보안업체 중 미국에 이어 2위로 많은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창업국가, 스타트업의 천국이라 불리는 혁신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강점도 주목을 받았다. 이스라엘은 2017년 한 해 동안만 스타트업이 700개나 순증가할 정도로 스타트업이 활성화된 국가다. 엑시트(투자회수) 자금이 240억 달러, GDP의 4.3%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의 중심에 있는 이스라엘 혁신청은 ‘기술이전-인프라-스타트업-중소기업-대기업’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투자를 주도하고 있으며 특히 AI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혁신청은 스타트업의 특성과 상황에 따른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최대 2년 간 외국인의 이스라엘 체류를 허용하는 ‘혁신 비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초기 기술이전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두고 이스라엘과 한국 기관 간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이스라엘 히브리대의 기술이전회사인 이쑴(Yissum), 바르일란대의 벤처코칭기관인 언박스(Unbox), 벤처캐피탈 기업 CARMEL을 비롯해 한국의 포스텍, 울산과기원, 요즈마그룹 한국법인 등이 참여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이번 포럼은 2010년 이스라엘 대통령 방한 이후 9년 만으로, 이스라엘은 우리 입장에서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먼저 달성한 모범사례로서의 산업생태계를 엿볼 좋은 기회”며 “특히 이스라엘측의 요청으로 마련된 5G 기술과 사이버보안 세션에 주목해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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