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가치 실현해야 경제적 가치 극대화 가능
[헤럴드경제(제주)=정순식 기자] 사회적 가치 전도사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업인들을 상대로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철학과 방법론을 설파해 주목을 받았다. 그룹 총수가 제주포럼에서 기업인을 상대로 강연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업의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 전략,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이제는 경제적 가치 만을 바라보며 경영을 내가갈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라며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 모두를 실현해야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과도한 쓰레기, 미세먼지, 청년실업, 장애인 불평등의 문제 등 사회 문제의 발생 속도는 점점 빠르고 커지는데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는 발생 속도보다 항상 뒤처져왔다”며 “이를 인지해가며 사회는 점차 불안정 해지고 사회 전체가 혼란해 질 수도 있다는 위협을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문제를 인지해 가며 과거 경제적 가치 만을 추구하던 투자자들과 자본시장,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 추구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최 회장은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업의 Breakthrough 전략,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최 회장은 “SK그룹도 지난 10년 간 사회적 가치 실현에 힘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며 “당장 오늘 사회적 가치 실현에 나선다면 기업인 여러분 모두가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실현이 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배경에 대해 ‘고객’을 꼽았다. 그는 “과거의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 가격이 결정되고, 이 가격에 공급자는 제품을 팔고 수요자는 제품을 사왔다”라며 “하지만 감히 말하자면 이 현상이 깨지고, 미래에는 시장은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게 시장이었는데, 이제는 고객을 파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등 고객을 다 구별해 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최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고객도 사회가 위험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있다”며 “사회의 리스크를 줄이는 시그널을 고객한테 보내지 못하면 앞으로 기업들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변화하는 고객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 ‘사회적 가치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SK그룹은 더블바텀라인(Double Bottom Line·DBL)이라 부르는 사회적 가치의 회계화 작업을 시작했다”면서 “물론 이 작업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측정을 시작해야 관리가 되고 미래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이는 비단 SK그룹 만이 시도하고 있지 않으며 국내 주요 공기업들 모두가 이 작업에 동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어내 믿을만한 기업의 존재를 증명해내면 고객들은 기꺼이 기업의 물건을 사줄 것”이라며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문제 해결 능력이 존재하는지 찾아내고, 없다면 길러야 경제적 가치가 커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설파한 이날 SK㈜는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창출의 일환으로 장애인 바리스타 26명을 고용하고 사내 카페 3곳을 일터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고용된 장애인들은 이날부터 SK㈜ C&C의 경기도 분당구 정자동 사옥과 판교캠퍼스 2개 동에 위치한 사내 카페 ‘카페포유(Cafe4U)’ 3곳에 배치돼 근무를 시작했다.
SK그룹 지주회사로서 SV 창출을 위해 장애인 고용 노력을 지속해 온 SK㈜는 경증장애인에 비해 직업활동에 제약이 많은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 방안을 지난해부터 검토해왔다.
SK㈜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SK의 구성원이 돼 함께 SV를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고, 장애인들을 직접 고용해 사내카페를 일터로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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