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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압승…韓기업들 살얼음판
-아베 강공드라이브 불보듯…화이트리스트 배제 이번주 분수령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일본 급파…반도체 소재 확보 안간힘
-삼성전자, 협력사에 90일 재고 확보 요청 등 ‘비상경영’ 지속
-한일관계 강대강 대치 지속땐 日보다 우리 기업 손해 더 많아
-재계 "정부, 기업과 적극적 소통·능동적 사태해결 나서달라"
지난 21일 일본 출장길에 오른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SK하이닉스 제공]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아베 총리의 선거 승리를 우리 기업들이 걱정해야 시대가 됐다.” (국내 대기업 임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자 국내 기업들은 살얼음판이다.

아베 총리가 국내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대(對)한국 수출규제 고삐를 더 바짝 조일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승리가 우리 재계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됐다”면서 “일본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가 강해질테니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사태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한숨 지었다.

특히 오는 24일 일본이 수출규제 예외국가인 일명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공청회 기한이 끝나면서 이번주가 일본이 추가제재를 현실화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은 오는 24일 수출무역관리령 시행령을 개정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 제외되면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총 1112개 품목이 수출 규제 적용을 받게 된다. 이 시행령은 공표 후 21일이 지난 날부터 적용돼, 8월 22일이면 실효성을 갖게 된다.

‘발등의 불’인 반도체 업계는 초비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이트국가에서 배제되면 반도체 관련 다른 품목까지 확대 적용될 것”이라며 “정부가 보다 능동적으로 기업과 소통하고 사태 해결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7월 4일 일본의 수출규제 발동 이후 2주가 지났는데 정부의 구체적인 피드백은 전무한 상태”라며 “정부가 러시아산 불화수소를 제시하긴 했지만 10일 이상이 지나도 샘플이나 정보는 아직 전달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출 규제 대상인 핵심 소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에 일본산 부품의 90일치 재고 확보를 요청하는 등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 계획)을 가동 중이다. 재고 확보에 필요한 추가 비용은 물론, 재고로 남을 경우에도 삼성전자가 모두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조건도 달았다. 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핵심소재 공급처 다변화에 노력하고 있지만 새로운 소재의 품질테스트, 조정, 평가 등에 수개월이 걸릴 것을 감안해 재고 확보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12일 일본 출장을 다녀온 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반도체·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TV 등 전(全) 제품에 대해서도 상황별 대응책을 지시했다.

SK하이닉스는 이석희 사장이 지난 21일 일본으로 전격 출국했다.

김동섭 대외협력총괄 사장이 지난 16~18일 일본 출장을 다녀온 후 사흘 만에 최고경영자가 또 일본을 찾은 것이다. 이석희 사장은 현지 협력업체 경영진과 만나 원자재 수급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에 대비한 대응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관계자는 “외교적 해법이라 말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기업으로선 더 답답하다”며 “총수나 고위 경영진들이 일본을 간다고 해서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스스로 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재계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많이 악화됐기 때문에 한쪽이 승리하는 ‘윈-루즈 게임’으로 가면 안된다”며 “조금 손해보더라도 양국이 양보해 서로의 명분을 세워주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경영학과)는 “우리가 보복하면 일본 측은 더 센 무기로 대응할 것”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가 양쪽 모두에 피해를 준다지만 우리나라가 훨씬 더 많은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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