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김동섭 사장 일본 급파
-협력사 만나 원자재 확보 안간힘
-일본산外 불화수소 테스트 착수
-솔브레인 2공장 가동땐 수급 숨통 관측도
지난 21일 일본 출장길에 오른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이 사장은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현지 협력사와 원자재 수급 방안을 논의한 후 23일 귀국했다. [SK하이닉스 제공] |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올 2분기 3년 만에 최악 성적표를 받아든 SK하이닉스는 위기 타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 다운턴(하강국면)으로 낸드플래시 대규모 적자 등 실적 악화가 뚜렷한 상황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대형 악재'까지 겹치자 최고경영진은 해법 찾기에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4분기부터 D램 생산능력을 축소하고 낸드 웨이퍼 투입량을 15% 줄이는 한편,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에 포함된 불화수소의 국산 제품 테스트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는 25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수출규제 품목에 대해 가능한 범위에서 재고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면서 “밴더(거래업체) 다변화, 공정 투입 최소화 등을 통해 생산 차질이 없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의 대일 의존도가 9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하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1일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이 사장은 2박3일간 일본에 머물면서 현지 협력업체 경영진과 만나 원자재 수급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에 대비한 대응 방안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회사의 김동섭 대외협력총괄 사장도 지난 16~18일 일본 출장길에 올라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피해 최소화를 위해 현지 대응에 나선 바 있다.
SK하이닉스 핵심 경영진의 잇단 일본 출장과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첫 해까지만 해도 적자였지만 최태원 회장의 적극적인 투자로 지난해 영업이익 20조원을 달성하는 그룹 최대 핵심기업으로 등극했다.
SK하이닉스의 매출액은 2011년 10조3960억원에서 작년 40조4450억원으로 4배 늘었고, 영업이익은 3690억원에서 20조8430억원으로 무려 56배 뛰었다.
시가총액 역시 2012년 2월 15조9000억원(13위)에서 이달 25일 현재 57조7306억원으로 시총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그룹 편입 이후 승승장구하던 SK하이닉스였지만 올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위기 해법 찾기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일본 수출규제 장기화에 대비해 국산 불화수소를 반도체 생산라인에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에 착수했다. 불화수소의 경우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일본 업체로부터 대부분 조달 받았았으나 국내와 미국 등 기존 다변화 업체를 통한 추가 물량확보에 나섰다.
특히 국내 업체인 솔브레인의 2공장이 8월말 이후 가동될 예정이어서 불화수소 공급에 다소간의 숨통이 틔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불화수소 제품 적용을 위해서는 최소 2~3개월 수준의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며 “공급처 다변화 노력화 함께 현 단계에서는 재고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일본 수출규제가 단행됐을 당시 SK하이닉스의 불화수소 등 재고는 2개월 전후였으며, 7월 4일 이후 일본으로부터 입고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기준 세계 D램 시장점유율 29.8%,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9.6%를 기록했다.
cheon@heraldcorp.com